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프로축구 K리그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K리그는 1·2부리그 합계 유료 관중 300만명을 돌파했다. 2년 연속으로 이뤄낸 성과다. 지난 3일 FC서울과 전북 현대의 맞대결에선 한 경기에만 4만8008명의 구름 관중이 운집했다. 바야흐로 K리그도 예매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시대다.
값진 성과이고 반가운 일인데 이면에는 그늘도 있다. 바로 디지털 취약 세대의 축구장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디지털 정보 습득의 어려움으로 인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세대가 겪는 낭패는 비단 K리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많은 어르신들이 햄버거 가게 키오스크 화면에서 길을 잃고 핸드폰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을 제때 수용하지 못해 좌절한다.
프로축구 관람도 상황은 비슷하다. 최근 수도권 A팀의 홈 경기에서는 원정석이 인터넷 예매 시작 5초 만에 매진됐다. 젊은 팬들도 이른바 '클릭 전쟁'에서 고개를 숙일 정도의 열기인데 어르신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다. 노인들은 인스타그램과 홈페이지 등에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예매 오픈' 공지를 알지 못한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작은 홈구장을 가진 B구단은 K리그 경기가 연일 매진, 어르신들이 티켓을 구할 수 없어 해당 팀의 R리그(2군 경기)를 대신 보러가기도 한다더라"고 전했다.
선착순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예매는 비교적 공정한 절차지만, 누군가에겐 이처럼 낯설고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부천FC의 의미 있는 행보가 주목을 끈다. 부천은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홈 경기 현장 판매 전용석을 운영 중이다.
모든 티켓을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면 디지털에 취약한 팬이 축구를 보러 오기가 힘들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해당 섹터는 표 매진과 무관하게 현장 매표소에서 줄을 선 관중만 구입할 수 있다. 주로 어르신들이 이용한다.
정착 단계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다. 규모는 약 70석으로 많지 않으나 이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해당 섹터 평균 점유율은 43% 정도다. 단 1석이라고 해도 5초 만의 매진 만큼이나 의미있는 숫자다.
부천 관계자는 "우리 구단은 아직 예매만으로 전 좌석이 팔리는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가변석이 매진되는 등 조금씩 관심이 커지는 건 확인되고 있다"면서 "나중에 연일 매진이 되는 시기가 왔을 때 다급히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지금부터 꾸준히 정착시키고 알려두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해 운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천은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직접 온라인 티켓 예매 교육도 진행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등에서 예매 대란이 일어난 것을 눈여겨 본 게 계기가 됐다.
수업을 들은 어르신 수강생은 구단 측에 "다음 경기에는 내가 직접 예매해서 아들, 딸도 데리고 오겠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프로축구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고 있다. 이에 비례해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점차 늘어날 게 분명하다.
달라질 새 시대에 맞게 시선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 때는 축구장 빈 자리를 채우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지만 이제는 꽉 들어차는 관중석을 어떤 방법으로 채울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서 부천의 시도는 반갑다. 부천 관계자는 "스포츠 관람의 기회는 모두에게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티켓팅은 물론 우리에게 익숙했던 것들과 새로운 문화가 충돌하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서 계속 발생할텐데, 우리는 이를 최소화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