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 날인 30일 인천공항국제공항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독려 안내문을 보며 지나가고 있다. / 사진=뉴스1 권현진 기자 /사진=(인천공항=뉴스1) 권현진 기자

"다음 대통령은 첫째도, 둘째도 '경제 회복'을 우선시했으면 좋겠어요." (40대 중소 스테인리스업체 사장 김진택씨)

"현재 바닥을 치고 있는 한국의 경제를 살려야 합니다." (30대 직장인 유지은씨)


"경제를 살려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고 사회 문제로 평가받는 취업난·저출산 등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대 취업준비생 이은서씨)

제21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12·3 비상계엄을 자행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치러지는 이번 장미대선을 통해 오는 6월4일부터 새로운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정 운영의 키를 잡게된다.

최악의 경제위기와 분열된 여론 속에서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갈등을 봉합할 구원투수가 돼 달라는 간절한 바람이다.


중소 스테인리스업체 사장인 김진택씨(가명·43)가 지난 4월27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자신의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이한듬 기자

'머니S'가 5월 한 달 간 만난 서른명의 평범한 국민들은 무엇보다 '경제 회복'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었다. 저상장이 고착화된 가운데 비상계엄으로 더욱 어려워진 경제를 회복시켜 숨통을 틔워달라는 요구다.

"경제 회복에 집중해 국민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다음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에요." (20대 서비스업 종사자 유민호씨)

"제 주변에 서울 각지에서 자영업하는 분들 말씀 들어보면 계엄 직후인 지난해 말부터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수 있어요. 하루빨리 조기대선 결과가 나와 시장이 안정되길 바랄 뿐이죠." (40대 횟집사장님 전명균씨)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위기는 단순한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전망보다 0.7%포인트를 단숨에 낮춘 것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5%), 아시아개발은행(ADB·1.5%), 국제통화기금(IMF·1.0%)의 전망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 등 내수 침체,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수출 둔화 등 대내외 악재가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나란히 최우선 공약으로 경제회복 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엄중하게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12일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공기량 슬럼프 염화물 시험 중인 이호준씨의 모습. /사진=유찬우 기자

'통합'을 원하는 목소리도 컸다. 현재 대한민국의 여론이 심각하게 분열되고 단절돼 '혐오의 시대'에 진입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들은 차기 대통령이 보수와 진보,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등 사회 곳곳에서 대립과 갈등이 번지고 있고 정치마저 혐오를 쏟아내는 상황을 타개해 사회 통합을 이끌 리더십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었다.

"지금은 균형이 무너진 것 같아요. 정치권에서 다른 진영의 목소리를 듣고 고심해야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짚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20대 건설근로자 이호준씨)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다른 진영의 의견이더라도 국가 발전에 필요한 정책은 과감하게 활용하는 그런 대통령이 나왔으면 합니다." (30대 삼성SDI 배터리 연구원 최현석씨)

"다음 대통령은 정치보복에 집중하지 말고 상대편도 통합할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합니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게 중요해요." (20대 서비스업 종사자 유민호씨)

"상대방을 아우르고 세대·계층 간 통합을 아우를 수 있는 정상적인 대통령, 상식적인 대통령이 선출됐으면 합니다." (20대 연극 연출가 이기현씨)

윤석열 정부와의 의정 갈등을 겪으며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의대생 이우석씨(가명·26세)는 투표를 해야 하는데 딱히 끌리는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 4월29일 의대생 이우석씨(가명·26세)가 서울 소재 의대에 방문한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소통도 차기 대통령의 중요한 덕목으로 언급됐다. 기존 정권에서는 소통의 부재가 전문의 파업, 의료대란 사태, R&D 예산 삭감 등 불필요한 사회적 분란만 야기했다는 판단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이제는 학생들 사이의 갈등으로, 더 나아가 국민과 의료계 전체의 불신으로 확산했어요. 더는 이런 상처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조율할 수 있는 '소통하는 대통령'이 필요합니다." (20대 의대생 이우석씨)

"R&D 예산 삭감 같은 논의는 결국 학계와의 소통이 부족해 벌어진 처사라고 생각해요. 소통을 잘해야 자연스럽게 열린 리더십으로 연결됩니다." (20대 대학원생 김민지씨)

'주거 안정'에도 힘을 써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반복되는 전세사기 등의 피해를 예방하고 평범한 서민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다.

최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 의해 인정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총 2만9540명에 달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약 1년11개월 만에 급증한 수치로 20~30대 청년층이 전체 피해자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깡통전세, 이중계약, 신탁 사기 등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고 피해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올해 1분기(1~3월) 오피스텔 시장은 전세 기피 영향으로 인해 전세가격은 0.22% 떨어졌으며 월세가격은 0.49% 올랐다. 지난 4월 15일 서울시내 부동산에 오피스텔 월세 매물정보가 나와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전세사기 피해자 중 공식으로 인정받은 피해자는 67.7%에 불과하다. 9500명은 요건 미충족 또는 보증금 전액 반환 가능 등의 사유로 피해사실 조차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집 하나 구하는 게 이토록 힘든 나라에서 최소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만큼은 지켜주는 대통령이면 좋겠어요." (30대 반도체 회사 근로자 박경준씨)

"다음 대통령은 제발 서민들이 주거 불안에 대한 고민 없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만한 환경을 조성해주기 바랍니다.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시대에 남의 집 살이도 서러운데 제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다음 대통령이 강력한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어요." (30대 직장인 김용범씨)

"경제적 여건상 1인 가구가 많이 찾는 빌라나 오피스텔이 전세 사기에 취약해요. 다음 대통령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힘써줬으면 합니다." (20대 자취생 이영호씨)

"집이 안정되지 않으면 아이를 갖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출산의 제일 큰 이유는 집 아닐까 생각합니다." (30대 직장인 권상욱씨)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를 찾아 김성호 노무사를 만났다. 사진은 김성호 노무사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노동정책, 지방발전, 저출산·초고령사회 진입 등 사회적 난제에 대한 다양한 쓴소리와 조언도 있었다. 김성호 노무사는 정치권이 노동자 보호 정책을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로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 문제는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인만큼 차기 대통령은 '노동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물론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중요한 건 노동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헌법은 국민 모두의 생존권을 선언했지만 현실에서 생존의 조건은 여전히 자본이 결정하고 있어요."(노무사 김성호씨)

마케팅업계 종사자인 우원재씨는 "주요 행정기관이 세종으로 이동한다면 일정 규모의 인구와 생활 인프라 역시 세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차기 대통령이 서울 과밀화를 해소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 최분희씨는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지금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지도 못하는데 국가가 소멸하면 대통령의 존재가 무슨 소용인가"라며 유연근무제 확산과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사회 복귀 지원 등의 정책을 수립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남편이 치매에 걸린 뒤부터 치매 환자의 10명 중 6명이 겪는다는 '배회' 증상을 보인 탓에 아내 정희씨는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을 빼면 온종일 남편을 따라다니기 바쁘다. 사진은 지난 4일 정수씨와 정희씨가 동네를 산책하는 모습. /사진=김성아 기자

초고령사회로의 전환에 맞춰 치매 등 노인성 질환 돌봄을 함께 짊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말 한국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치매 환자도 함께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는 2039년 200만명, 2050년에는 치매 환자가 3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를 비롯한 노인성 질환은 이제 노년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직면할 문제에요. 다음 정부는 '돌봄을 함께 짊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요양보호사 이미순씨)

반려동물을 보호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가 1500만명이 넘는 사회고,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자리 잡았으니 다음 대통령은 반드시 제도를 그에 맞게 바꿨으면 좋겠어요. 새 정부가 반려동물을 '함께 사는 생명'으로 대우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구체적으로 바꾸는 일에 나서주길 바랍니다." (반려견 '순대' 주인 이나연씨)

지난해 12월14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 시민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여의도 상공 위로 시민단체가 쏘아올린 풍선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 사진=유지은씨

이 외에 이번 대선이 비상계엄에 비롯된만큼 내란 사태를 확실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내란으로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생각해요. 내란을 일으킨 주범들과 이에 동조하고 옹호한 모든 추종 세력을 반드시 정리해야 합니다." (40대 중소 스테인리스업체 사장 김진택씨)

"국민들이 다시는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으로 내몰리는 비상식적인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다음 대통령이 제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길 바라요." (30대 직장인 유지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