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경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목간(木簡) 두 점이 신라의 형벌 관련 행정 문서로 확인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경남 함안군에 위치한 성산산성에 대한 제18차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목간 2점에대한 판독을 실시해, 당시 고대 행정 실무와 사회 운영 양상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함안 성산산성은 1991년부터 2016년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발굴 조사한 신라 고대 성곽 유적이다. 지금까지 약 245점의 목간이 출토돼 한국 고대사 연구의 핵심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제18차 발굴조사에서도 다량의 목간이 출토된 성벽 부엽 시설에서 목간 2점이 추가로 발견됐다.
부엽 시설이란 산성의 지형학적인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성한 시설이다. 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에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등 식물유기물을 점질토와 함께 인위적으로 깔아서 수압을 약화시켜 흙이 쓸려나가는 것을 방지하거나, 연약지반을 보강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에 출토된 목간은 다면 목간 1점과 양면 목간 1점이다. 기존 목간이 출토된 위치와 동일한 곳에서 출토돼 두 목간의 제작 시기 역시 6세기 중반쯤으로 추정된다.

다면 목간은 총 네 면으로, 그중 세 면에서 사람에게 처벌을 행한 행정 내용이 담긴 묵서가 확인됐다. 3면에는 '□□人身中集煞白之'(□□인신중집살백지)라는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는 해석하면 '…모아 죽였다'라는 뜻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1면에 적힌 '어'(於) 자와 '백'(白) 자의 독특한 필체나 용법으로 미뤄보아, 아랫사람이 어떤 일을 처리한 뒤 그 결과를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이른바 구술 형식을 띤 초기문서 목간임을 알 수 있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양면 목간은 상·하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판독할 수 있는 글자 수가 적어 전체적인 내용 해석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산산성 출토 목간 판독 과정에는 최초로 초분광 영상 기술이 활용됐다. 이 기술은 기존 목간 판독에 사용되던 적외선(IR) 분석법에 비해 육안이나 일반 촬영으로는 식별하기 어려운 문자까지 선명하게 복원할 수 있어, 목간 판독 정확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었다.
또한 목간의 수종을 분석한 결과, 두 목간 모두 소나무류로 확인됐다. 고대 문서 제작에 사용된 목재 자원의 선택과 활용 양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는 "앞으로도 고대 가야 문화권 역사적 실체를 밝히기 위한 조사·보존·활용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