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뉴스1) 이상철 기자 =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하는 '끝판대장' 오승환(43·삼성 라이온즈)이 21년 프로야구 선수 인생을 돌아보며 "21점 만점 중 20점을 주겠다"고 자평했다.
오승환은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팀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를 발표하는 게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면서 "아직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크게 와 닿지 않아 은퇴도 실감 나지 않는다. 난 많은 복을 받은 선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고 밝혔다.
소속 구단 삼성에 따르면 오승환은 지난 주말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유정근 구단주 겸 대표이사와 면담을 갖고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갑작스럽게 은퇴를 결정한 건 아니다"라고 운을 뗀 오승환은 "이제는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때가 됐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데, 올 시즌을 치르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몸에 이상을 느꼈고, 시즌 초반부터 100% 퍼포먼스를 펼치기 어려웠다. 그때부터 은퇴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1군 선수단과 동행하는 오승환은 이날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 원정 경기부터 은퇴 투어를 진행한다. 이후 홈 팬들 앞에서 은퇴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오승환의 등번호 '21번'을 이만수(22번), 양준혁(10번), 이승엽(36번)에 이어 구단 역대 4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오승환은 "내가 21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했다. 삼성 투수 최초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는데, 팬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별명도 팬들의 큰 관심이라 생각한다. 팬들이 있어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있었다"며 삼성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적립한 오승환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다.
2005년 2차 1라운드(전체 5순위) 지명을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승환은 데뷔 첫해 전반기 막판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았다.
여섯 차례 세이브왕에 오르는 등 KBO리그 통산 737경기에서 44승33패, 427세이브, 19홀드,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을 남겼다.

해외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했다.
2013년 삼성의 통합 우승 3연패를 이끈 뒤에는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 계약, 2시즌 동안 80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오승환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콜로라도 로키스 등 3개 팀에서 마무리와 셋업맨으로 뛰며 16승13패, 42세이브, 45홀드,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을 남긴 뒤 2019년 삼성으로 복귀했다.
자신의 화려한 야구 인생을 점수로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오승환은 "21점 만점에 21점을 주고 싶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는 만큼 20점을 매기겠다"며 "마지막 1점은 제2의 야구 인생을 통해 채우겠다"고 답했다.
'끝판대장'과 '돌직구'라는 별명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오승환은 "오랫동안 회자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로 기억되고 싶다"면서 "나와 내 기록을 목표로 오랫동안 뛰며 좋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2의 오승환'으로 박영현(KT 위즈), 김택연(두산 베어스), 조병현(SSG 랜더스), 김서현(한화 이글스)을 꼽으며 "내 기록을 충분히 깰 수 있는 후보들"이라고 강조했다.
기억에 남는 세이브 순간에 대해서는 "KBO리그 400세이브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면서도 "1세이브는 팀의 1승을 지킨다는 뜻이 있다. 모든 세이브가 내게는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숱한 영광의 순간을 보냈지만,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를 맡으면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은 어려운 시간이 온다. 블론세이브를 할 때면 너무 힘들었고, 그 블론세이브가 팀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면 더더욱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오승환은 "다시 태어나도 야구하고 싶다. 다만 그때는 (너무 힘든) 마무리 투수가 아니라 선발 투수나 타자로 뛰고 싶다"고 웃었다.
야구팬들이 오승환에게 가장 기대하는 건 한 번이라도 더 1군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모습이다. 올 시즌 11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8.31로 부진한 오승환은 7월 8일 NC 다이노스전을 끝으로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오승환은 "공을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다. 지난주까지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갔고, 몸 상태도 아주 좋아졌다. 시즌 마지막까지 한 번이라도 더 마운드에 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은퇴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오승환은 "지금은 시즌 중이고 아직 결정한 부분도 없다. 구단, 대표님, 단장님과 상의하며 결정할 것이다. 감독, 코치, 야구 예능이든 야구에 기여할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