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소재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주춤한 한국증시 밸류업 촉진을 위해 현재보다 배당수익률을 제고애햐 한다고 주장했다./사진=안효건

자본시장연구원이 한국증시 밸류업 촉진을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진단과 배당 합리화 등 대안을 제시했다.

김민기 자본연 연구위원은 24일 서울 여의도 소재 연구원 대회의실에서 "지난 십여 년간 한국 상장기업은 매우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요 선진국이 확대한 성장 가치 프리미엄과 달리 한국 주식시장은 만성적으로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머물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총 주주수익률(TSR)을 기준으로 장기간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무위험 채권 수익률조차 실현하지 못한 상장기업이 과반을 차지하는 등 심각한 저성과가 확인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주식시장 투자가 활성화하려면 기업 자본 조달 비용과 수익성 전망을 시장에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주주 요구 수익률을 충족할 구체적 계획을 공시하도록 한 밸류업 프로그램도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이다. 6월 말 기준 비금융 상장사 5.8%만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3.4%, 코스닥시장 2.3%다. 공시 기업에서도 정량적 자본비용에 근거한 구체적 방안을 담은 사례는 일부 대기업에 불과하다.

자본연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2006년부터 2024년까지 59개국 자료를 기반으로 국가별 주식시장 내재 할인율을 구했다. 분석 결과 한국 주식시장 할인율은 평균 11.5%로 선진국(8.9%)뿐 아니라 신흥국(10.9%) 평균보다도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 시장이 장기간 실제 달성한 TSR은 연평균 7.3%에 불과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에 현저히 미달한 반면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에서는 TSR이 요구수익률을 일정 부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어 "타 국가 대비 높은 요구 수익률과 낮은 실현 수익률 간 격차 지속은 한국 시장 전반 할인율이 구조적으로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덧붙였다.

자본연은 높은 할인율 배경으로 ▲기업의 낮은 자본효율성과 수익성 ▲제도적 신뢰 기반의 취약성 ▲단기성과 중심의 투자자 행태 등을 꼽았다.

기업 차원에서는 "자본을 투입한 주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성을 높여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자본비용 수준을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실행 의지를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이 경영 전반에 내재화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수익성, 주주환원, 혁신 투자가 할인율 완화에 효과적"이라며 "과감한 혁신 투자를 통한 수익성과 경쟁력 제고와 배당정책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제도적 기반 관련해서는 "혁신 역량 강화나 신성장 동력 확보는 기업의 성장성을 제고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미래 현금흐름의 불확실성을 확대해 할인율을 높일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닌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법·제도의 집행력과 정책 일관성을 높이고 일반주주 권익을 보호하며 규제 실효성을 강화해 한국 시장에 내재된 제도적 위험프리미엄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투자자에는 "단기 매매 중심의 투자행태를 지양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을 유도하는 책임 있는 관여자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세완 자본시장 연구원장은 "쉽게 설명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같은 이익을 낸다고 볼 때 애플 주가가 더 높은 이유가 이번 연구 핵심"이라며 "정책적으로도 의미가 높은 연구 결과로 당국에서도 주의 깊게 봐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