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0일 서울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시행한 이후 한 달 만에 허가 신청이 4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건수는 이날까지 603건을 기록해 지난달 8194건 대비 급감했다. 본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 신고해야 하는 기한을 고려해도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새올전자민원창구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토허제 시행 후 전날 오후 3시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4244건을 기록했다. 실거주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주택 매수가 가능해 거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생긴 셈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3353건으로, 허가 신청이 모두 승인될 경우 거래량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허가 신청 후 결과 통보까지 최대 15영업일, 본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 실거래 신고가 이뤄진다.
구별로는 ▲송파(387건) ▲노원(386건) ▲성북(308건) ▲강서(281건) ▲양천(247건) ▲서대문(222건) ▲구로(213건) 순이다. 15억원 이하 아파트가 집중된 지역일수록 허가 신청이 많았다. 특히 외곽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접근성이 좋은 단지의 실거주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실거주 계약이 시장 움직여
송파구는 업무지구 접근성이 뛰어나 실수요 선호가 강하고, 노원·성북·강서 등은 강남권 대비 가격 진입 장벽이 낮아 젊은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들 지역의 허가 신청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도 이 같은 실수요 집중 현상을 반영한다. 15억원 이하 아파트는 6억원까지 받을 수 있어 실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토허제 도입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 거래는 사실상 원천 봉쇄됐다. 이에 따라 분양권·재건축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를 제외한 실수요 중심 거래만 시장에 남았다.
전문가들은 심리 요인으로 인해 서울 외곽 단지에 신청이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허가제가 갭투자를 막았지만, 실거주 수요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며 "서울의 공급 부족 우려가 불안 심리와 맞물리면서 외곽의 토허제 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 안 사면 더 오른다는 심리가 허가 신청 폭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덧붙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노원·성북·강서 등이 상위권에 오른 것은 가격 진입 장벽이 낮고 대출이 용이하며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금리 인하나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수요가 한꺼번에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