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오픈AI를 인프라로 삼아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모델 개발 경쟁보다는 검증된 글로벌 AI 기술을 도입해 국내에서 선점 효과를 노린다. 하지만 해외 초거대 모델 의존 심화로 AI 주도권 약화 우려도 제기된다.
LG유플러스는 이달 16일 오픈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콜봇 '에이전틱 콜봇'을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지식검색(RAG) 등을 활용해 사전 학습 없이 다양한 표현과 상황을 파악하고 스스로 시스템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LG유플러스는 내년 상반기에는 상담 시나리오와 업무 자동화 기능을 한층 고도화한 'Agentic 콜봇 프로'를 선보인다.
카카오도 지난 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카카오톡과 AI 에이전트 앱 '카나나'에 오픈AI 최신 API를 연동했다. 10월에는 챗GPT 기능이 탑재된 '챗GPT for Kakao'를 공개해 카카오톡 내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오픈AI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어 연결성을 강화했다.
카카오와 오픈AI는 지난해 9월부터 'AI 서비스 대중화'라는 공동 목표 아래 기술·서비스·사업 전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비롯한 AI 서비스를 통해 개인화된 일상 보조, 그룹형 AI 커뮤니케이션 등 B2C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픈AI는 국내에서 이미 사용성과 대중성이 입증된 기업"이라며 "다양한 AI 비즈니스 전략 중 하나로 오픈AI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개별 기업의 단순 협업을 넘어 서비스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편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토스·KT·LG전자·티빙 등 주요 기업은 기업용 AI 솔루션 'ChatGPT 엔터프라이즈'를 도입해 업무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중이다.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는 이달 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은 AI 기술 수용성과 활용도가 높은 곳 가운데 하나"라며 "빠른 피드백과 적극적인 도입 문화가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협력과 더불어 오픈AI와 같은 해외 초거대 모델이 산업 전반을 선점할 경우 AI의 성장 동력과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오픈AI는 지난 10월 '대한민국의 AI - OpenAI 경제 청사진 보고서'를 발표해 '듀얼 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한국이 기반 모델·인프라·데이터 거버넌스·GPU 공급에서 독자적인 AI 역량과 디지털 주권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오픈AI 등 프론티어 AI 개발사와 전략적 협력을 병행해 AI 도입을 가속화하고 기업이 최신 기술을 신속히 활용하도록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오픈AI 관계자는 "'듀얼 트랙'전략이 국내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며 "국내 기업 및 기관들과 협업을 확대해 국내 기업들의 AI 전환을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