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김영삼 대통령 말씀으로 꺾이지 않고 국민을 믿고 가겠다."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영화 '잊혀진 대통령: 김영삼의 개혁시대' 시사회 관람 직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4일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오는 2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서 한 전 대표의 제명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어떤 상황에서도 정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979년 신민당 총재 시절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직 제명 직후 '아무리 닭의 목을 비틀지라도 새벽이 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시사회에는 국민의힘 진종오·박정훈·정성국·김형동 의원이 한 전 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시사회 이후 한 전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과 인사를 나눴다. 김현철 이사장이 영화 관람 소감을 묻자 한 전 대표는 "어떤 길이 좋은 정치인지 더 깊이 새기고 각오를 새기게 됐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아버님이 추구하셨던 큰 정치를 한 대표님께서도 잘 이어 받으셔서 큰 정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2주 만에 활동을 재개한 가운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당무에 복귀했다. 지난 22일 단식 중단 이후 6일 만이다. 복귀 후 첫 일정으로 장 대표는 국민의힘 물가 점검 현장 방문에 참석했다. 하나로마트 양재점 인근을 둘러본 뒤 aT센터 1층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종합상황실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장동혁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면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 이후 2주 동안 당 내부 갈등은 격화되는 모습이다. 소장파 초·재선 의원이 주축인 '대안과 미래'는 한 전 대표 제명 문제를 두고 당 지도부에 재고를 촉구했다. 지난 27일 정례 조찬 회동 이후 의견을 모은 대안과 미래 간사 이성권 의원은 "여권은 통합이라는 덧셈 정치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내부에 있는 사람들조차 배제하는 정치가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대안과 미래의 발표에 이어 국민의힘 고동진·김재섭·박정훈·배현진 의원 등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21명은 '국민의힘 지도부에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공동 입장문을 내고 "최고위원회는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징계를 철회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총 42명의 서울시당 당협위원장 가운데 절반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제명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28일 오전 방송에 출연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제명으로 갈 것"이라며 "장동혁 대표 단식 등 2주 사이 의원들 사이에서 기류 변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류 변화의 이유로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단식장에 방문하지 않은 점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철우 경북지사도 같은 날 방송에서 "정권을 뺏기도록 한 사람들은 처벌이 있어야 되고 강한 조치가 있어야지 당이 똘똘 뭉칠 수 있다"며 "장동혁 대표 생각이 늘 옳았다. 한 전 대표는 현 정부를 만드는 계기"라고 비판했다.
시간을 두고 제명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방송에 출연해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 있는 느낌"이라며 "최고위원들께서도, 한 전 대표님을 지지하는 분들께서도 차분하게 조금 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오는 2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명 관련 결정이 나올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7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재심 기간을 주는 것은 당헌·당규에 그런 특별한 내용이 없기도 하거니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