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 1호터널 앞에 차량들이 서있는 모습. ⓒ News1
서울 중구 남산 1호터널 앞에 차량들이 서있는 모습. ⓒ News1

(서울=뉴스1) 박우영 기자 = 서울 남산 1·3호 터널에서 두 달간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았더니 통행차량은 늘고 속도는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행료 징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울시의회에서 폐지 목소리가 높지만 시민단체·전문가 등은 거꾸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는 올해 안에 혼잡통행료 운영방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17일 오전 7시부터 남산 1·3호 터널을 통과하는 차량에 혼잡통행료 2000원을 다시 징수한다고 밝혔다. 앞서 시는 정책 효과 등을 점검하기 위해 3월17일부터 두 달간 혼잡통행료를 징수하지 않았다.

먼저 '1단계 조치'로 한 달간 도심에서 강남 방향으로 향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통행료를 면제한 후 4월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는 '2단계 조치'로 양방향 모두 통행료를 면제했다.

시가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행료 면제 기간 차량 통행량은 늘어나고 통행 속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행량의 경우 통행료 면제 이전 한 달인 2월17일~3월16일 하루 평균 7만4498대(주말 제외)에서 1단계 7만9386대, 2단계 8만5830대로 약 15%(1만1332대) 증가했다.

통행속도는 느려졌다. 평균 통행속도가 통행료 면제 직전인 3월10~16일(주말 제외) 시속 27.98㎞에서 2단계 시행 후(4월17~5월2일) 시속 25.97㎞로 2㎞가량 줄었다.

이는 혼잡통행료 폐지를 촉구하는 이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다. 혼잡통행료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혼잡통행료가 교통 수요를 낮추는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남산터널 1·3호 혼잡통행료는 1996년 자가용 등 차량 수요를 조절하는 차원에서 도입돼 27년째 2000원을 유지 중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울시의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폐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광민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서초3)이 지난해 11월 폐지 조례를 발의했다. 박유진 시의원(은평3)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12명도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 폐지 조례를 발의했다.

당시 이들은 폐지 근거로 혼잡통행료가 "교통 혼잡 해소나 수요 감소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 "징수 초기에 비해 효과가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서울시의 실험 결과 혼잡통행료 징수가 유의미한 정책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는 여전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 방향을 연구한다는 입장이다.

30년 가까이 금액조차 변하지 않은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를 두고 폐지론뿐만 아니라 요금 인상, 징수 구간 확대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상당수 시민단체는 지나치게 낮은 징수액이 혼잡통행료 정책 효과 감소의 원인인 만큼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6일 '강산이 변해도 안 변한 혼잡통행료'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혼잡통행료 징수의 도심 교통량 감소·교통혼잡 해소 효과가 정책실험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며 "혼잡통행료를 현실화하고 징수범위를 강남, 여의도 등 실제 도심 진입 차량으로 넓혀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도 이와 같은 취지의 시민단체 주장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유정훈 아주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혼잡통행료란 사람들이 부담을 느껴서 차를 안 끌고 나와야 효과가 있는 것인데 남산터널이 지금처럼 막힌다는 건 시장에서 혼잡통행료를 비싸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지금 남산터널 요금으로는 혼잡통행료의 기능을 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무엇보다 도심이 확장된 만큼 진입 차량 억제를 위해서는 남산이 아닌 실제 '경계지' 역할을 하는 여의도, 마포, 양재 등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 교수는 혼잡통행료를 인상하게 될 경우 자가용의 대안인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중교통 이용이라는 '사회적 결정'을 한 이들이 시내 진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버스 전용차로 등을 확충하고 배차 간격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혼잡통행료 제도 자체는 잘 시행되면 본래 취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면서도 "남산에서만 부여하는 현 방식은 '반쪽짜리'이고 도시로 진입하는 모든 길목마다 부여해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