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교통수단인 '따릉이' 대여 건수가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서지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대면 교통수단인 '따릉이' 대여 건수가 지난해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서지은 기자
#직장인 양모씨(남·30)는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도보로 15분가량 걸어서 출퇴근한다. 걸어가기엔 멀고 대중교통을 타기엔 가까운 애매한 거리여서 고민 끝에 새로운 교통수단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로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 서울 지하철역 근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따릉이 정류장에서 자전거를 빌려 출퇴근한지 벌써 3개월째다. 

최근 서울시 어디서든 초록색 자전거 ‘따릉이’를 타는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따릉이 대여 건수가 1368만4000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3%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비대면 교통수단인 자전거의 이용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주말보다는 평일, 출 퇴근시간대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이는 양씨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따릉이를 대중교통 이용 전후 이동을 보완하는 ‘퍼스트-라스트 마일’ 역할로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자전거 도로, 아직 조금 부족해


기자는 2시간 동안 총 12km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자전거 도로를 취재했다. 사진은 자전거 도로의 모습과 애플워치에 기록된 자전거 이용 거리와 시간. /사진=서지은 기자
기자는 2시간 동안 총 12km 거리를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자전거 도로를 취재했다. 사진은 자전거 도로의 모습과 애플워치에 기록된 자전거 이용 거리와 시간. /사진=서지은 기자
따릉이의 사용이 늘어나는 만큼 자전거도로도 잘 갖춰져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따릉이를 이용해봤다. 왕십리역에서 광화문 머니S 본사까지 총 12km를 자전거를 타고 총 2시간을 왕복했다.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린 주말, 기자는 집 근처 왕십리역 4번 출구에 있는 따릉이 정류장으로 향했다. 따릉이를 타고 시작하는 길은 잘 갖춰진 빨간색 자전거도로 덕에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자전거 도로임에도 보행자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도로도 좁아 자전거 1대 이상 지나가기 불편했다. 사진은 청계천 자전거 도로의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자전거 도로임에도 보행자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도로도 좁아 자전거 1대 이상 지나가기 불편했다. 사진은 청계천 자전거 도로의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청계천 옆에 있는 좁은 자전거 도로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자전거 전용도로’라는 공지가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 길로 보행하고 있었다. 이어지는 자전거의 행렬과 ‘따릉’ 거리는 소리에 보행자는 “왜 이렇게 자전거가 많아? 짜증나게”라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잘못한 건 없는데 괜스레 눈치 보이는 상황이 불편했다.

좁은 자전거도로도 걸림돌이다. 청계천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1대만 지나가기에도 버겁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비켜주세요.” 비좁은 도로에서 추월하려는 자전거를 비켜주기 위해 멈춰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차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와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부딪힐 뻔한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차도를 건너는 자전거들의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차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와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부딪힐 뻔한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차도를 건너는 자전거들의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가장 위험했던 순간은 차도를 건널 때였다. 자전거도로를 쭉 따라가다 보면 찻길과 마주칠 때가 있다. 신호등도 없는 길에 ‘어찌 건너야 되나’ 막막했던 게 여러번이다. 옆에 보행자 신호등과 같이 건너려던 찰나 비보호 좌회전 차량이 나를 보지 못하고 훅 들어왔다. 클락션 소리가 길게 울렸다. 위험한 상황이었다. 
자전거도로가 없거나 턱이 높아 올라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차도에서 자전거도로로 올라가는 경우 높은 턱의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자전거도로가 없거나 턱이 높아 올라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사진은 차도에서 자전거도로로 올라가는 경우 높은 턱의 모습. /사진=서지은 기자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도 많았다. 울퉁불퉁 돌로 이뤄진 도로에서는 자전거를 타기 어려웠다. 전용도로가 아니다 보니 결국 조금 타다 내려 자전거를 끌고 이동했다. 턱이 높아 올라가기 힘든 구간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자전거도로는 잘 갖춰졌지만, 사소한 문제들이 수월한 주행을 힘들게 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만드는 자전거문화

서울시설공단에서 제공한 따릉이 파손사례와 고장 신고 건수. /사진=서울시설공단
서울시설공단에서 제공한 따릉이 파손사례와 고장 신고 건수. /사진=서울시설공단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따릉이 파손사례 신고 건수는 총 7만2841건으로 나타났다. 파손 사례는 ‘기타’가 1만9372건으로 가장 많았고 ‘체인 고장’(1만7261건), ‘안장 고장’(1만50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저녁에 운동 삼아 따릉이를 자주 이용한다는 이모씨(25)는 “가끔 안장 조절이 안 되거나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있는 경우가 있었다”며 “고장낸 사람이나 발견한 사람이 바로 신고 등의 조치를 해야 하는데 방치해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따릉이 정거장이 아닌 길 아무 곳에나 자전거를 주차한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서울시설공단은 이에 대해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자전거인 만큼 내 것처럼 소중하게 아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자전거 고속도로까지?” 네덜란드처럼 되려면




네덜란드는 자전거도로가 3만5000km로 전체 도로 길이의 25%를 차지한다.사진은 지난 6월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 /사진=로이터
네덜란드는 자전거도로가 3만5000km로 전체 도로 길이의 25%를 차지한다.사진은 지난 6월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 /사진=로이터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 증가와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자전거는 더욱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갖춰야 할 인프라가 만만찮다.  
해외시장뉴스 KOTRA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경우 자전거도로가 3만5000km로 전체 도로 길이(14만km)의 25%를 차지한다. 고속도로에도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져 있고 웬만한 자동차도로 편도 1차선보다 넓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안전과 시민의식에 대한 교육을 통해 성숙한 자전거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많은 수요, 인프라, 시민의식까지 삼박자가 잘 어우러져 자전거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도 사회 흐름에 따라 인프라 확충과 함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자리잡아야 할 때다. 서울시설공단도 안전문화 홍보와 안정성 개선을 통해 따릉이를 더욱 활성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자전거가 더 대중화되고 인프라가 잘 확충돼 나중에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아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