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확대로 철강사들이 전기강판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전기차 수요 확대로 철강사들이 전기강판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철강사들이 전기강판 생산,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을 갖춰야 하는 전기강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전기강판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강판은 기존 자동차 강판과 비슷하지만 더 가볍고 강하게 제작해 주행거리를 늘린 게 특징이다.


전기차는 배터리 무게와 전장부품의 비율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차량 무게가 증가하는 추세다. 주행거리 확보를 위한 경량화 필요성이 커지면서 철강사들도 관련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친환경차 제품 및 솔루션 통합 브랜드 'e Autopos'를 론칭하고 기가스틸(Giga steel) 연간 100만톤 생산체제를 완성했다. 기가스틸은 초고강도 경량 강판으로 1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10톤 이상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가졌다.

포스코 기가스틸은 외부 충격에 대비해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구성돼 차량의 바디와 차체 중량을 지지하는 현가장치 등에 쓰인다. 중량은 기존 강판 대비 15~30% 줄여 연비를 향상시켰다. 제조 과정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도록 설계해 소재 생산부터 부품 제조 시까지 탄소 배출량을 알루미늄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포스코는 광양제철소에 기가스틸 생산 공장을 구축하고 국내외 자동차사에 납품하고 있다. 최대 0.5mm 두께까지 얇게 만들면서도 폭은 1650mm까지 키울 수 있는 박물 전용 압연기(ZRM)를 도입해 타사가 생산하기 어려운 폭넓은 제품까지 생산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현지 가공센터인 POSCO-CSPC에 기가스틸 전문 복합가공 공장을 준공했다. 포스코는 연산 13만5000톤 규모의 기가스틸 전문 슬리터 1기와 1600톤급 프레스 1기를 추가해 2027년까지 기가스틸 판매량을 현재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전기로 판재 시제품.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의 전기로 판재 시제품.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비해 전기차 강판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달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방문하고 전기강판 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현재 전기모터용 전기강판 생산 설비를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1.8기가파스칼(GPa) 프리미엄 핫스탬핑강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다. 1.8GPa 핫스탬핑강은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강도를 높여 승객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1.5GPa 핫스탬핑강 대비 인장강도를 20% 향상해 부품 무게를 약 10% 줄였다.

현대제철은 세계 최초로 전기로를 통한 1.0GPa급 고급 판재 시험생산 및 부품 제작에도 성공했다. 전기로 정련 기술과 자동차용 초고장력강 압연 기술을 활용해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30% 이상 줄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제철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기초소재 연구센터는 친환경차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TWB 핫스탬핑 차체 부품용 1GPa 소재를 개발해 센터필러 부품 무게를 10%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기강판은 가벼우면서도 단단해야 하고 성형도 잘 돼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라며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기강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