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대신 선전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서울교통공사 제지로 혜화역 승강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승강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퇴거 요구를 받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사진= 뉴시스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대신 선전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서울교통공사 제지로 혜화역 승강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승강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다 퇴거 요구를 받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사진= 뉴시스

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대신 선전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 제지로 혜화역 승강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동대문 방향 승강장에서 '제56차 출근길 지하철 탑시다' 시위를 예고했다. 시위 직전 전장연은 입장문을 통해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유보하고 2024년 국회 예산특별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겠다며 그때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가 아닌 침묵 선전전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 7시50분부터 전장연 멤버 10여명이 혜화역 3번 출구 쪽 엘레베이트를 통해 승장에 모였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도 목에 깁스를 한 채 오전 7시54분쯤 혜화역 승강장 개찰구 앞으로 왔다. 서교공 관계자는 "2인 이상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모이면 시위"라며 이들의 진입을 막았다. 또 혜화역장도 시위대를 향해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외쳐왔다"며 "그런데 그걸 불법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접근조차 못하게 한다는 것은 서교공의 공무 남용"이라고 답했다. 서교공 측과의 언쟁을 이어가던 전장연 관계자는 오전 8시3분께 혜화역 승강장 진입을 포기하고 개찰구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관련 호소문을 읽었다.

박 대표는 "시민 여러분, 법에 명시하고 국가가 계획을 세워도 지켜지지 (않는)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달라"며 "국회에서 예산이 심의될 때까지 매일 오전 8시 혜화역에서 침묵 선전전을 진행하겠다"고 호소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장혜원 정의당 의원도 "여러분께서 목격하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법치가 무너진 참혹한 현실"이라며 장애인 예산 처리를 촉구했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대한 시민의 반응은 엇갈린다. 시위를 반대하는 측은 전장연 시위로 인해 교통 체증 유발·출근 시간 지연 등 시민들의 불편함이 커지고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무관한 시민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위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집회 자유 침해라고 보는 입장도 있다.

지난달 20일 2호선 시청역에서 진행된 전장연 출근길 시위는 열차 출입문 앞을 휠체어로 막고 현수막을 펼쳐 승객 탑승을 방해하는 등 방식으로 운행을 지연시켰다. 이 여파로 2호선 열차가 최대 47분 지연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23일 서교공은 "전장연의 시위를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최고 수위의 대응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서교공은 이들이 고의로 열차를 지연시킬 수 없도록 ▲역사 진입 차단 ▲진입 시 승강장 안전문의 개폐 중단 등 승차 제한 ▲모든 불법행위에 법적 조치를 골자로 하는 3단계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