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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내야수 노태형(왼쪽)이 지난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린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길었던 연패를 마무리했다. KBO 역대 최다연패의 기로에 섰지만 일정의 행운과 선수들의 간절함, 투지가 겹쳐 불명예 기록에 이름을 올리는 건 모면했다.
다행히 KBO 역대 최다연패 기록 달성은 막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 이후 '연패 저지'에 총력을 쏟아부었던 한화다. 단기적인 목표를 이룬 만큼 남은 시즌은 최대한의 성적과 미래 준비에 힘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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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지난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9회초 0-5로 뒤진 채 패색이 짙어지자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
'힘들었다'… 연패기간 한화 기록 되돌아보니
한화는 지난 15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2연전(서스펜디드 경기 포함)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시즌 9승째(27패)를 달성했다.한화에게는 길고도 길었던 시기였다. 지난달 22일 NC 다이노스전(5-3) 승리 이후 한화에게는 단 1승도 허락되지 않았다. NC를 시작으로 LG 트윈스, SK 와이번스, 키움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등을 연이어 만났으나 모두 패했다. 그 사이 연패 기록은 점점 늘어나 어느덧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가 세운 KBO 역대 최다연패(18연패)가 가까워졌다.
연패 기간(5월23일~6월12일) 한화는 여러가지 인상적인 기록을 세웠다. 총 6팀을 만나는 동안 한화를 1이닝 이상 상대한 투수만 49명에 이른다. 이 중 32명의 투수가 한화에게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NC 외국인 투수 마이크 라이트는 해당 기간 2번이나 한화를 만나 12이닝 4피안타(1피홈런) 6볼넷 11탈삼진 4실점으로 패배없이 2승을 챙겨가기도 했다.
한화를 상대로 3할 이상을 때린 타자도 34명이나 됐다. SK 외야수 김강민(0.667, 3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 NC 내야수 강진성(0.619, 21타수 13안타 3홈런 10타점) 두산 내야수 외야수 박건우(0.600, 5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등은 한화 투수들에게 악몽과 같았다. 시즌 내내 타격에서 부진했던 LG 내야수 오지환(시즌 3홈런 13타점 0.231의 타율)도 한화에게는 13타수 5안타(2홈런) 4타점으로 맹위를 떨쳤다.
이처럼 상대 선수들이 유독 한화를 만나 기세를 펼친 가장 큰 이유는 부진 때문이었다. 한화는 연패 기간 유독 빈공에 시달렸다. 팀타율(0.206)은 최하위로 떨어져 거의 1할대에 근접했다. 타점(40점, 10위) 홈런(10개, 9위)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하위권을 형성했다. 한용덕 전 감독이 팀의 상징과 같은 김태균을 2군으로 내렸다가 다시 올린 점, 부진을 이어오던 최진행을 1군에 불러들인 것은 이같은 타선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고민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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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외야수 제라드 호잉이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8회말 삼진을 당한 뒤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스1 |
공격이 침체되자 마운드도 힘을 쓰지 못했다. 해당 기간 평균자책점(8.12), 실점과 자책점(151점/139점), 피안타(224피안타)와 피홈런(31개), 볼넷(81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특히 최다 탈삼진 공동 1위(134탈삼진)를 기록하는 등 삼진이 많았음에도 볼넷 역시 압도적으로 많아 10개 구단 중 출루 허용률이 유일하게 4할대(0.415)를 보였다.
다만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가 들어선 뒤에는 한결 지표가 나아졌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3위(6.35)까지 떨어졌고 피홈런도 8개로 3위에 올랐다. 1.65까지 떨어졌던 볼넷 대비 탈삼진 비율도 1.96으로 다소 끌어올렸다. 팀타율은 여전히 2할대 초반(0.225)에 머물렀으나 두산과의 3연전 기간에는 총 22안타를 터트리며 다시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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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최원호 감독대행 부임 이후 마침내 연패를 끊어냈다. /사진=뉴스1 |
희망을 본 일주일… 확실한 방향 잡고 묵묵히 나아가야
흔히 야구를 '분위기의 스포츠'라고 한다.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지만 한 번 기세를 타면 계속해서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쉽게 연패를 깨지 못하던 한화가 14일 내야수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로 이를 타파해내자 곧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연승을 거둔 게 이를 방증한다.한화와 최 감독대행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이같은 분위기를 최대한 이어가는 것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화 선수단은 여전히 10개 구단 중 최하위권에 머문다. 당장 두산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둬 분위기 반전에는 성공했으나 당장 최하위를 벗어나고 순위를 대폭 끌어올리길 기대하기는 무리다. 더군다나 최 감독대행이 부임하면서 큰 폭의 선수단 개편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리를 잡는데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다행히 한화는 이런 선수단 개편에 일정 부분 효과를 봤다. 젊은 선수들이 인상적인 활약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내야수 박한결과 포수 박상언은 수비에서 안정감을 불어넣었다. 노태형은 서스펜디드 경기 끝내기 안타를 비롯해 지난 일주일 동안 11타수 4안타 1타점 0.364의 타율로 한화 좌타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기존 1군에 있던 내야수 정은원과 노시환까지 기회 때마다 활약을 더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자리에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한화 구단은 14일 모든 일정이 마무리된 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임직원 일동 명의로 작성된 사과문에서 한화 구단은 "팬 여러분의 응원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최근 계속되는 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허탈감과 큰 실망을 안겨드렸다.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며 "현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며 빠른 시일 내에 팀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언급했듯 한화는 이제 막 연패를 탈출했을 뿐이다. 전력상에서는 아직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연패를 끊어내 선수단을 짓누르던 부담감을 떨쳐낸 만큼 이제부터는 최 감독대행의 야구, 한화만의 야구, 미래를 위한 야구에 집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