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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향한 각 팀들의 도전이 다시 시작된다. /사진=로이터 |
유럽축구연맹(UEFA)은 오는 8일(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와 올림피크 리옹(프랑스)의 16강 2차전 경기로 잔여 일정의 막을 올린다.
먼 길 돌아온 챔피언스리그… 어떤 점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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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는 지난 3월 이후 챔피언스리그 재개를 위해 사투를 벌였다. /사진=로이터 |
이러한 논란 속에 챔피언스리그는 3월12일 일정을 끝으로 다시 열리지 못했다. 대회 재개도 속절없이 미뤄졌다. 유럽 내에서 코로나19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축구대회를 여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다행히 독일을 시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주요 축구리그가 다시 재개하며 챔피언스리그도 복귀에 힘을 얻게 됐다.
UEFA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기존의 홈 앤드 어웨이 대신 다른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대회처럼 한 지역에서 일정을 몰아 치르는 방식으로 잔여 일정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여러 개최지를 물색한 끝에 유럽 내에서 방역 우수 사례로 꼽히는 포르투갈이 선정됐다.
경기 규정도 일부 바뀌었다. UEFA가 이달 초 발표한 공식 개정안에 따르면 8강전과 4강전은 단판 승부로 펼쳐진다. 8강전부터는 리스본의 두 대형 경기장인 에스타디오 두 스포르트 리스보나 에 벤피카와 에스타디오 조세 알발라데에서 펼쳐진다. 이 중 벤피카의 홈구장인 에스타디오 두 스포르트 리스보나 에 벤피카에서는 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경기 당일 각 팀은 기존 18명이 아닌 23명까지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다. 이는 교체명단이 기존 7명에서 12명으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경기당 가능한 선수교체 카드도 기존 3장에서 최대 5장까지 늘어났다. 각 팀은 3번의 교체 기회 동안 최대 5명의 선수를 바꿀 수 있다. 다만 전후반 사이 하프타임에 교체를 단행할 경우 이 3번의 기회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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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20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포르투갈 리스본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두 스포르트 리스보나 에 벤피카에서 열린다. /사진=로이터 |
단판승부가 불러올 파장… 반란 노리는 언더독들
이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판 승부'다. 기존에는 두 팀이 홈과 원정에서 한 번씩 경기를 가져 합산 점수가 높은 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UEFA는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일정상의 이유 등으로 여기에 변화를 가했다.홈 앤드 어웨이 방식에서는 소위 '반란'이라고 불릴 만한 결과가 나오기 어려웠다. 원정에서 다소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더라도 홈에서 만회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상대가 비교적 약팀이거나 변방리그의 팀일 경우에는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단 한판에 모든 것이 갈릴 경우에는 작은 변수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이번 대회에서 '반란'을 노리는 구단들에게는 때아닌 호재나 다름없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는 기존 강자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능력있는 다크호스들이 도사리고 있다. 단 한경기에 모든 걸 걸어야 하는 단판 승부의 특성상 이들이 자신들의 강점을 십분 활용한다면 충분히 8강 그 이상을 노려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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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프로축구 아탈란타는 2019-2020 세리에A에서 98골을 퍼부었다. /사진=로이터 |
이번 시즌 아탈란타가 세리에A에서 기록한 득점은 98골. 이번 시즌 유럽 4대리그(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를 통틀어 아탈란타보다 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은 구단은 맨시티(102골)와 바이에른 뮌헨(100골) 뿐이다. 공격수 두반 자파타(18골)와 요십 일리치치(15골), 루이스 무리엘(18골)이 도합 51골을 폭발시켰고 측면 수비수 로빈 고센스(9골), 미드필더 루슬란 말리노브스키(8골)와 마리오 파살리치(9골) 등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모든 선수가 날카로운 득점력을 뽐냈다. 수비가 불안한 것도 아니었다. 아탈란타는 리그에서 48골을 실점하며 해당 부문 공동 5위에 올랐다.
아탈란타는 이미 16강에서 발렌시아를 이기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8강 상대는 프랑스의 신흥 강호 파리 생제르망(PSG)이다. PSG는 8강에서 공격수 킬리언 음바페가 결장하지만 네이마르, 마우로 이카르디, 앙헬 디 마리아, 파블로 사라비아 등 공격진이 여전히 건재하다. 하지만 '맞불'로만 놓고 보면 아탈란타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경기가 예상 밖의 난타전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PSG도 승리를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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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라이프치히는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잡고 8강에 진출했다. /사진=로이터 |
라이프치히의 강점은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전술적 역량과 탄탄한 팀 색깔에 있다. 아탈란타와 비교하면 다소 부족하지만 공-수에서 약점을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나겔스만 감독은 경우에 따라 백3와 백4를 번갈아가며 상대팀에게 계속해서 혼선을 가한다. 수비의 다요 우파메카노와 빌 오르반, 루카스 클로스테르만, 중원의 마르셀 자비처와 크리스토퍼 은쿤쿠, 공격수 유세프 포울센과 에밀 포르스베리 등 팀의 뼈대를 이루는 젊은 주축 선수들의 기량이 절정을 향해 가며 역동적인 전술 색채에 힘을 더한다.
다만 전력에 손실이 생긴 점은 아쉽다. 라이프치히는 '주포' 티모 베르너 없이 남은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치러야 한다. 베르너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만 28골을 터트린 걸 비롯해 4시즌 동안 95골을 쓸어담았다. 가히 라이프치히 공격의 '핵'이다. 베르너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가 끝난 뒤 잉글랜드 첼시로 떠났다. 베르너의 빈 자리를 얼마나 잘 메우느냐가 라이프치히의 향후 결과를 판가름할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다. 라이프치히는 8강에서 스페인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만난다.
이밖에 16강 1차전에서 유벤투스에게 1-0 깜짝승을 거둔 리옹, FC 바르셀로나와 1-1로 비긴 SSC 나폴리 역시 잠재적인 다크호스 후보다. 이름값에서는 '다크호스'로 분류하기 어려우나 그동안 막대한 투자에도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던 맨시티 역시 첫 대권 도전에 사활을 건다. 그동안 전통의 강호들 속에서 숨을 죽이던 이들이 '꿈의 무대'에서 진짜 꿈을 향해 전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