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내 소위 '빅6' 구단들이 여름이적시장에서 보강에 뛰어들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 조세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 /사진=로이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내 소위 '빅6' 구단들이 여름이적시장에서 보강에 뛰어들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프랭크 램파드 첼시 감독, 조세 무리뉴 토트넘 홋스퍼 감독,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 /사진=로이터
여름이적시장은 유럽축구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기다. 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경기장에서 서로의 실력을 겨루는 대신 구단들이 돈을 쓰며 좋은 선수를 놓고 다툰다. 단 3개월의 여름이적시장이 9개월 동안 진행되는 시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은 시기가 짧아진 만큼 그 긴장감이 더 고조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3월 중순 중단됐다가 6월 말 재개됐다. 3개월에 걸친 공백기로 그만큼 프리시즌 일정이 대폭 축소됐다. 이는 각 구단별로 전력 보강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속전속결'이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까지 소위 '빅6'로 분류되는 구단들의 상황은 다소 엇갈린다.

우승 탈환한다!… 작정하고 보강 나선 '두 푸른 팀'

첼시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공격수 티모 베르너(왼쪽)와 미드필더 하킴 지예흐를 일찌감치 영입했다. /사진=첼시 공식 트위터 캡처
첼시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공격수 티모 베르너(왼쪽)와 미드필더 하킴 지예흐를 일찌감치 영입했다. /사진=첼시 공식 트위터 캡처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구단들이다. '부자구단'이라는 별명을 지닌 두 구단은 각각 1위 탈환을 위해 작정한 듯 돈보따리를 풀고 있다.
이 중에서도 돋보이는 건 첼시다. 첼시는 지난 2년여 동안 유소년 선수 해외 이적 관련 규정 위반을 이유로 선수 영입이 금지됐다. 첼시는 제대로 된 보강 없이 주축 선수들인 에덴 아자르(레알 마드리드), 알바로 모라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이 떠나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첼시의 행보는 2년 동안의 답답함을 타파하려는 '한풀이'처럼 느껴질 정도다.


첼시는 이미 여름이적시장 문이 열리기도 전에 여러 계약을 확정지었다. 아약스 미드필더 하킴 지예흐와 RB라이프치히 공격수 티모 베르너가 지난 2월과 6월 이적을 확정지었다. 2선 어디에서든 뛸 수 있는 지예흐와 라이프치히 역대 최다득점 주인공인 베르너의 합류는 첼시의 공격 라인업을 대폭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수비 보강도 게을리 않는다. 27일(이하 한국시간) 왼쪽 측면수비수 벤 칠웰을 5000만파운드(한화 약 780억원)에 데려왔다. 여기에 자유계약(FA) 수비수 말랑 사르와 티아구 실바도 계약이 사실상 확정됐다. 사르는 중앙과 왼쪽 수비를 모두 볼 수 있는 멀티 자원이고 실바는 유럽 각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월드클래스 수비수다. 여기에 미드필더 카이 하베르츠(바이어 레버쿠젠)와 새 골키퍼 자원까지 보강이 예고된 만큼 첼시의 여름이적시장은 날이 갈수록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강등팀 본머스로부터 수비수 나단 아케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트위터
맨체스터 시티는 강등팀 본머스로부터 수비수 나단 아케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맨체스터 시티 공식 트위터
첼시만큼 '핫'하지는 않으나 맨시티 역시 적재적소에 알짜보강을 해냈다. 이른바 '홈그로운'(Homegrown) 조건을 충족하는 수비수 나단 아케(전 본머스)와 스페인 출신 측면 미드필더 페란 토레스(전 발렌시아)가 맨시티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었다. 아케는 발밑이 좋고 리더십을 갖춘 젊은 수비수로 중앙과 왼쪽 측면에 모두 설 수 있다. 토레스 역시 좋은 드리블 능력을 가져 향후 측면 후보 자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맨시티는 여기에 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FC 바르셀로나를 떠나겠다고 밝힌 공격수 리오넬 메시의 유력 행선지 중 하나로 맨시티가 거론된다. 메시의 높은 임금을 지불할 여력이 충분한 데다 과거 바르셀로나에서 인연을 맺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있기 때문이다. 메시 이적과 관련해 여러 설이 난무하고 있어 아직 정확한 사실 관계는 확인이 어렵다. 하지만 만약 영입에 성공한다면 맨시티는 단순한 전력 보강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리버풀·토트넘·아스널… 정중동 속 알찬 행보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은 전력 보강에 있어 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로이터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은 전력 보강에 있어 급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로이터
막강한 전력을 앞세워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한 리버풀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비교적 조용하다. 최근 2년 동안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 골키퍼 알리송 베케르 등을 연이어 데려오며 리그를 뒤흔들었던 것과는 다소 차별화되는 행보다.
현재까지 리버풀이 영입한 선수는 1300만유로(한화 약 180억원)가 들어간 그리스 출신의 왼쪽 수비수 코스타스 치미카스가 전부다. 바이에른 뮌헨 미드필더 티아고 알칸타라를 영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완성된 전력을 구축해 놓은 리버풀인 만큼 섣불리 돈을 쓰기보다는 보다 느긋하게 협상을 진행시켜 최적의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북런던 라이벌' 토트넘 홋스퍼와 아스널은 약간 상황이 다르다. 두 팀은 각각 홈구장 신축비용과 성적 악화 등의 이유로 이적시장에서 움직임이 제한돼 있다. 그럼에도 요소요소 필요한 선수들을 데려오며 조용한 전력강화를 진행 중이다.

토트넘은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왼쪽)를, 아스날은 미드필더 윌리안을 각각 영입하며 이적시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사진=토트넘, 아스날 구단 공식 트위터
토트넘은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왼쪽)를, 아스날은 미드필더 윌리안을 각각 영입하며 이적시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사진=토트넘, 아스날 구단 공식 트위터
토트넘의 경우 사우스햄튼 미드필더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1660만유로(약 235억원)에 데려왔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해리 윙크스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중앙 미드필더가 부재했다. 큰 기대를 안고 영입한 탕귀 은돔벨레는 잦은 부상과 느린 속도 등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무사 시소코 역시 장기부상으로 시즌 말미가 돼서야 선수단에 합류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영입한 제드송 페르난데스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중원의 중심을 잡아줄 새 미드필더가 필요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호이비에르를 데려와 이를 충족했다.
아스널도 비슷하다. 첼시에서 오랜 기간 활약한 브라질 출신 측면 미드필더 윌리안이 자유계약으로 팀에 합류했다. 정확한 킥과 드리블 능력이 장기인 윌리안은 아스널 측면에 부족했던 '창의성'을 불어넣어줄 인재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생테티엔 임대를 떠났던 수비수 윌리엄 살리바가 돌아왔고 중앙수비수 가브리엘 마갈레스도 이적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기간 공들였던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아틀레티코 마드리드)까지 데려온다면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다음 시즌 보다 단단해진 수비를 바탕으로 대역전을 노려볼 가능성을 얻게 된다.

선택과 집중 했는데… 이적시장 미아될 위기 놓인 맨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이 시작하기 전부터 공격수 제이든 산초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진=로이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이 시작하기 전부터 공격수 제이든 산초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사진=로이터
매 이적시장마다 거액의 선수들을 데려와 판을 뒤흔들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어째 이번 여름은 잠잠하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지만 실패할 위기에 봉착하며 차기 시즌 구상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맨유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공격수 제이든 산초를 노려왔다.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데려와 중원을 안정화시킨 만큼 측면 공격을 강화해 공격진에 힘을 더 싣겠다는 전략이다. 맨유는 이를 위해 덩달아 이적설이 돌던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나폴리), 미드필더 잭 그릴리시(아스톤 빌라)에 대한 관심도 끊으며 오로지 산초에게만 집중했다.

하지만 산초 이적은 8월 말인 현재 실현 가능성이 갈수록 떨어진다. 도르트문트는 이적설이 불거진 이후 계속 산초의 몸값으로 1억800만파운드(약 1690억원)를 고집한다. 반면 맨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재정난으로 선수 한명에게 7000만파운드(한화 약 1090억원) 이상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도르트문트가 제의한 자체 협상 마감시한에 맨유가 추가 제안을 하지 않으면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현재로서 산초 이적은 양 구단의 극적인 협의가 없다면 진행이 어렵다. 맨유는 뒤늦게 그릴리시 쪽으로 다시 관심을 돌리는 모양새지만 그 역시 이적료가 7500만파운드(약 1180억원)로 알려진 만큼 쉬이 협상이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심차게 보강에 나섰던 맨유가 자칫 '이적시장 미아'가 될 위기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