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병화 기자
사진=김병화 기자
“1·4호선 더블 역세권, 안양의 신(新)중심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대우건설(대표이사 박영식)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555-13번지 일대에 공급하는 ‘안양 호계 푸르지오’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역세권' 문구를 홍보도구로 활용할 만큼 역 인근 입지의 이점은 과연 얼마나 있는 걸까.

안양 호계 푸르지오는 지하 2층, 지상 18층 규모의 아파트 8개동 410가구로 구성됐다. 이 중 ▲59㎡ 65가구 ▲74㎡ 38가구 ▲84㎡ 98가구 등 201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예정 분양가는 3.3㎡당 평균 1220만원 선이며, 입주예정일은 2015년 7월이다.

사실 안양 호계 푸르지오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분양가가 저렴할 것으로 예상돼 모델하우스 오픈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최근 들어 다시금 각광받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지역주민들이 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진행함에 따라 사업비를 절감,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20~30% 저렴한 분양가로 인기몰이 중이다.

그런 점에서 ‘1220만원’이라는 호계 푸르지오의 평균 분양가는 일단 ‘합격점’에 가깝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정역 인근 A부동산 관계자는 “금정역 주변이 극심한 아파트 공급부족 현상에 시달린 지역인 만큼 마땅히 시세를 비교할 대상이 없지만, 지난 2010년 입주한 래미안이 7억원(99㎡ 기준) 정도에 거래되고 전셋값이 4억원 정도 하는 것을 감안할 때 호계 푸르지오의 분양가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제 분양성공 여부는 입지여건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뛰어난 입지여건? 기대보단 '우려' 앞서

결국 분양가에서 이점을 갖춘 만큼 성패의 관건은 입지여건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입지여건을 살펴보기 위해 기자가 찾은 현장에선 '기대'보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좀 더 느껴졌다.

우선 금정역 1번 출구로 나와 안양 호계 푸르지오 사업장까지 향하는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 역 앞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는 운전면허시험장을 돌아서 안양천 위로 놓인 호계교를 건너 또 한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느리지 않은 걸음으로 금정역부터 사업장 입구에 도착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정확히 18분. 총 992m 거리다. 도보로 금정역을 이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인근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걸어서 그곳을 간다고요? 여성 걸음으로는 30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인데 버스를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안양 호계 푸르지오에 대해 뛰어난 교통 환경을 자랑하는 대우건설의 공언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변 환경도 그리 쾌적하진 못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안양국제유통단지를 비롯해 사업 대상지 주변으로 광범위하게 공업지대가 형성돼 있다. 금정역 인근에 위치한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침에 사무실 문을 열면 매캐하고 기분 나쁜 공장 냄새가 진동을 한다”면서 “직접적으로 연기가 나오는 굴뚝 공장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공장지역은 어쩔 수 없다. 딱히 추천해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여건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가까이 호원초·호계중 등이 위치하고 있지만 정작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높은 소위 ‘로얄코스’ 귀인중·백영고·평촌고 등은 멀리 떨어져 있다. 때문에 금정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들 조차도 교육을 생각한다면 매매가 차이가 있더라도 범계역·평촌역 주변 물건을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조언한다.

안양 호계 푸르지오 주변으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앞서 언급했듯 푸르지오 앞에는 공장지대가 조성돼 있어 입주민들의 생활권은 사실상 반대편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곳이 바로 재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호원지구다. 물론 호원지구 재개발이 조속히 이뤄지면 주민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마찰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호원지구에 33년을 살았다는 한 주민은 “푸르지오 상권은 이곳에 형성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재개발사업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해 걱정”이라며 “최소 5~6년은 지나야 재개발사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여져 상권형성도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반분양보단 조합원 물량 노려야

안양 호계 푸르지오는 오는 9월6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미분양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 이번에 공급되는 일반분양은 201가구다.

대우건설 관계자도 “가구수가 엄청 많아 분양이 부담되거나 그런 단지도 아니고, 지역내 실수요층이 충분히 관심을 보일 만한 위치에 지어지는 만큼 분양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면서 자심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부동산전문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 김지윤 연구원은 "최근에는 일반분양을 시작하기 전에 저렴한 조합원 물량이 쏟아져 나와 골치를 썪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분양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실제로 안양 호계 푸르지오 인근 C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일반분양을 하게 되면 ▲24평형 3억500만원 ▲30평형 3억7200만원 ▲33평형 4억500만원 선으로 생각하면 될 듯 싶은데 오히려 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나와 있는 조합원 물량을 추천한다”면서 “기존 조합원분양가가 ▲24평형 2억7800만원 ▲30평형 3억4600만원 ▲33평형 3억9900만원 선이었는데 여기서 프리미엄이 500만~1000만원 정도 붙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층도 좋고, 향(向)도 좋은 조합원 물량이 가격도 저렴한데 고민할 것이 뭐가 있냐”면서 “프리미엄은 조합원과 상의해 더 낮춰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조합원 물량을 매매할 경우 사업장 상황과 분양성패에 따라 추가적인 분담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호계 푸르지오 입주자들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호계 푸르지오는 반대편으로 럭키아파트와 맞붙어 있는 상태. 평촌·범계 생활권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럭키아파트를 통과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호계 푸르지오 입주자들은 추후 입주자회의를 구성해 이 문제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할 처지다.

이와 관련 럭키아파트 한 주민은 “호계 푸르지오 입주자들은 결국 금정역보다 범계역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아쉬운 쪽은 호계 푸르지오 입주자들”이라고 귀띔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