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알뜰주유소의 셀프주유소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셀프주유소로의 전환 유도정책이 수익성 악화로 무너진 알뜰주유소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크다.

2011년 12월 말부터 시행된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보다 100원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국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하나 둘씩 쓰러졌다. 알뜰주유소는 1년 만에 800개를 넘어서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가짜석유에 손을 대는 등 소비자 피해와 함께 사회적 폐단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알뜰주유소를 빗대며 셀프주유소 전환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머니위크 DB
사진=머니위크 DB

문제는 2011년 325개였던 셀프주유소가 최근 1422개로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2년 사이 비중이 2.7%에서 11.0%까지 치솟았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셀프주유소가 전체 주유소의 20% 이상이 되면 과도한 가격경쟁으로 고사위기에 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셀프주유소 전환 지원은 알뜰주유소에 이어 또 한번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주유소는 1만3000여개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셀프주유소의 높은 증가세는 석유유통대책에 따른 가격경쟁 촉진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셀프주유소 전환 지원도 석유유통시장 가격경쟁 유도 기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알뜰주유소 지원에 정부 예산이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주유소들의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알뜰주유소에 편중된 혜택으로 사용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공사가 자체 운영자금으로 셀프주유기를 구매한 후 주유소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 예산은 투입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작 석유공사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2년 계획으로 정부 지원금을 준다고 했는데 현재 계획을 수립하고 세부 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체 운영자금으로 지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지원은 일반주유소의 생존기반을 흔드는 것이라는 반발도 거세다. 최근 셀프주유소가 급증하면서 일반주유소의 경영난이 악화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알뜰주유소와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셀프주유기는 한 대당 2000만~2500만원 수준이다. 일반주유소가 셀프주유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1억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데 영세업자는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주유소사업을 그만두기 위해서는 폐업비용(건물철거, 주유탱크 철수, 토양 정리)이 1억원 이상 필요하다. 이로 인해 문조차 닫지 못하는 등 주유업계 경영난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측은 “이번 정책은 전체 주유소의 7.8%에 불과한 알뜰주유소에만 특혜를 주고 일반주유소들과 가격 경쟁을 시키는 것”이라며 “2009년 유가인하정책의 일환으로 일반주유소에 대한 셀프주유기 전환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당시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