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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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국내 증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소식에 널뛰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의 수요가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 주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메르스가 앞으로 더 확산돼 불안감이 커질 경우 하루에 6% 이상 증시가 폭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 급등락하는 주가… 믿을 수 없다

지난 3일 메르스 백신을 개발중이라는 소식에 5거래일간 상한가를 기록했던 진원생명과학은 급등을 멈추고 곧바로 하한가로 돌아섰다. 같은 날 한올바이오파마, 슈넬생명과학, 고려제약, 진양제약, 바이오니아 등도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이는 실제 개발된 메르스 치료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기대심리로 백신주와 바이오기업들이 급등함에 따라 곧바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메르스 백신은 지금 개발에 착수하더라도 수년간의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생산하는 오공, 케이엠, 파루 등의 주가는 실제 위생물품들이 매진되고 있다는 소식에 백신주와 바이오주가 폭락하는 지난 3일에도 상한가를 이어갔다. 다만 곧바로 다음날인 지난 4일,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급락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관련 테마주는 실제 메르스가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는 채 단순히 심리로만 움직인 측면이 있다”며 “실적과 가치를 기반으로 움직이지 않는 종목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말했다.

◆ 불안감에 중국인 발길 ‘뚝’… 회복은 3개월 걸려

전문가들은 지난 2003년 사스(SARS)의 사례를 들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당시 중국과 홍콩의 사스 감염자수는 7082명에 달했고 이중 648명은 사망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중국의 2003년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2.9%포인트 감소한 7.9%로 집계됐다.

특히 홍콩이나 중국으로 들어가는 관광객 등 인바운드 수요가 58.5%나 급감한 점이 경제를 위축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홍콩과 중국의 증시는 일시적으로 6%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도 이같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가 메르스의 진원지는 아니지만 아시아에서 확진 환자가 가장 많고 사스와는 다르게 감염률은 낮으며 치사율이 높다”며 “오히려 3차 전염이 확대되면 사스보다 큰 파급력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메르스가 추가 확산되지 않고 일시적인 우려에 그칠 경우 코스피지수가 2% 내외의 조정을 받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사스 공포가 확대될 당시에도 홍콩과 중국의 단기 주가 하락을 제외하면 전 세계 주가는 이라크 전쟁 종결 이후 바닥권에서 계속 반등하는 추세였다”며 “코스피도 카드사태 이후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던 시기여서 사스의 충격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큰손’ 중국인 관광객들의 잇따른 국내 여행 취소 소식은 여행이나 레저, 호텔업계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루동안 중국인 관광객 4400여명이 추가로 한국관광 일정을 취소하는 등 외국인 7000여명이 한국 관광을 취소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최근 엔화약세의 힘으로 부상하고 있는 일본이라는 경쟁상대가 존재해 한국 인바운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며 “중국 인바운드 수요의 10% 감소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소비 위축효과로 돌아온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3년 사스 사태의 경험에 비춰봤을 때 전염환자 감소 이후 홍콩의 중국 인바운드 정상화까지 소요된 시간은 3개월이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