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원가를 1만배 부풀려 1500억원대의 무역금융을 부당하게 대출받은 ‘금융 사기’가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 모뉴엘의 금융사기와 비슷한 수법으로 당시 한번 크게 당한 은행들은 이번에도 가짜 서류를 잡아내지 못했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수출 규모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1522억원의 무역금융을 대출받고 28억원을 국외로 빼돌린 H사 대표 A씨를 관세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관세청은 A씨의 범죄를 도운 이 회사 자금담당과장 B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5년간 291차례에 걸쳐 원가가 2만원인 플라스틱 TV 캐비닛 가격을 2억원으로 부풀려 총 1563억원을 수출 신고했다. A씨는 일본의 M사로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1552억원의 허위 수출채권을 만들어 기업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에 매각했다.

기업, SC은행, 국민은행, 외환은행 등은 이 가짜 서류에 속아 무역금융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 부분은 A씨가 돌려막기 식으로 상환했지만 일부는 상환 하지 못했다.


신용대출 61억원을 포함하면 미상환 금액은 347억원에 달한다. A씨는 대출금 중 140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했고, 65억원은 법인카드로 사용했다. 일부는 수입대금 명목으로 일본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 계좌로 송금했다. 이 중 28억원은 미국의 아내와 자녀 2명의 주택을 구매하는데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