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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가계빚이 매년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대출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기 때문이다.
1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가계부채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신규대출을 받을 때 조건을 까다롭게 적용키로 했다. 그동안 담보 위주였던 대출심사를 대출자의 전체 소득 수준과 기존 부채비율까지 합산해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또 원금상환을 뒤로 미루고 이자만 갚는 거치식 대출은 받을 수 없게 된다. 분할상환·비거치식 원칙이 적용돼 곧바로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스트레스금리도 적용한다. 스트레스금리는 금리인상 시 상환능력을 따지는 것을 말한다. 금리차는 연 2%포인트 정도로 가정한다. 예컨대 대출을 받는 시점에 금리가 연 3~4%라면 금리인상으로 연 2%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가정해 연 5~6% 수준에서 대출 상환능력이 되는지 미리 따져보고 이를 대출심사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대출시장에 칼을 댄 이유는 가계빚이 무섭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계빚은 현재 12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 4분기 1000조원을 넘어선 뒤 약 2년 만에 20%가량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시장금리까지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오는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밴드의 상향조정을 통해 금리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처럼 가계빚이 무서운 속도로 치솟게 되면 금리를 올렸을 때 가계부채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선제적 차원에서 대출시장에 칼을 댄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출규제가 까다로워지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은 예비대출자들이다. 자금이 필요한 예비대출자들은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 문을 두드려야 한다. 제1금융권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탓에 대출부실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도 얼어붙게 된다. 그동안 빚을 내 집을 샀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한 사람들은 이자부담으로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서다. 이는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늘어나는 가계빚을 방치할 수도 없는 일. 현 수준으로 가계빚이 계속 늘면면 제2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서민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한 후 대출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출규제 강화는 신규대출 외에도 만기를 연장한 대출자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내년 소비시장이 얼어붙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