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바탕 위에 오색 현란한 꽃들이 저마다의 화색을 뽐내며 피어있는 풍경. 꽃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분 속 꽃 이야기가 아니다. 보기만 해도 눈이 휘둥그래지는 '앙금플라워 떡케이크'(이하 앙금케이크) 이야기다.
최근 한국인에게 친숙한 '떡'을 이용해 만든 떡케이크가 인기다. 특히 콩 앙금으로 형형색색 현란한 꽃 장식을 데코한 앙금케이크는 돌잔치, 결혼식 등 각종 행사에서 주목받는 귀한 몸이다. 갑작스런 떡케이크 열풍의 중심에는 앙금케이크 공방과 클래스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에게 떡케이크 문화를 전파하는 강사들이 있다. 건강한 수제떡케이크를 만드는 '언제나 옳은 케이크'의 국혜원 대표(31)도 그 중 한명이다.
![]() |
/사진제공=언제나 옳은 케이크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창업의 모든 것 |
◆“서울·인천 발로 뛴 노력, 조금씩 결실 맺어 행복”
"평소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현대인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퓨전한복이나 퓨전국악을 보고 들으며 나도 모를 전율을 느끼곤 했죠. 우리의 전통과 현대문화를 퓨전한 새로운 문화가 없을까 찾던 중 떡케이크에 빠지게 됐어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국 대표는 디자이너로 회사에 입사했지만 뚜렷한 비전을 느낄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떡케이크를 알게 됐다. 그 후 고민 끝에 본업을 전향, 앙금케이크클래스 창업을 결심하고 서울 공방과 인천집을 오가며 수강생을 대상으로 개인수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케이크를 만들고 결과물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하며 새벽잠을 설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열정, 그것이 그녀를 열심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막상 창업을 결정하고 나니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어요. 일단 무작정 열심히 뛰어보자는 생각에 개인수업, 기업출강, 플리마켓 참여, 문화센터 강좌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던 것 같아요. 다른 강사들은 케이크를 만들면서 떡이랑 앙금을 먹어 살이 많이 쪘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일을 시작한 후 인생 최저 몸무게를 찍기도 했죠.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지금은 고정적인 수입이 생겨 전보다는 수월하게 일하고 있어요. 직접 발로 뛴 저의 노력이 지금의 자산이 된 거 같아 뿌듯합니다."
![]() |
국 대표의 개인 SNS에는 앙금케이크 공방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이곳에서 직접 개인클래스 신청도 받는 국 대표는 수강생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업은 기본적으로 떡시트 만들기, 천연가루 조색방법, 앙금플라워 파이핑 실습 등을 가르쳐요. 보통 8주 정도(주1회) 수업을 진행하는데 꾸준히 얼굴을 보는 사이라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연령대가 20대 젊은 여성층부터 40대 주부까지 다양한데 대부분 저보다 나이가 많아서 동생처럼 친숙하게 대해줘요. 저도 앙금케이크를 배울 당시 겪었던 고충을 떠올리며 최대한 수강생 입장에서 쉽게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 |
국혜원 언제나 옳은 케이크 대표. /사진=김정훈 기자 |
◆자격증 취득 쉬워… 여성 소자본창업으로 안성맞춤
앙금케이크는 취미로도 배울 수 있지만 개인 소자본창업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다. 국내에서 여자가 혼자 창업하기란 쉽지 않지만 앙금케이크클래스는 재료와 도구 정도만 집에 마련해도 쉽게 창업이 가능하다. 집에서 수업이 가능하다면 임대료 부담도 줄어든다.
"저에게 수강을 받는 사람들도 대부분 개인창업을 목표로 앙금케이크를 배우고 있어요. 누구나 민간협회를 통해 자격증을 발급받으면 창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출산 후 복직하려는 주부,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주부들이 뛰어드는 추세에요. 홍보도 개인 SNS로 진행할 수 있고 본인의 노력에 따라 충분히 수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죠."
그녀는 앞으로 앙금케이크시장이 더욱 성장하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선 떡을 특별한 날에 먹는 음식으로 치부하는 국내 문화가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
"떡을 아직도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만 먹는 간식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떡은 오히려 빵보다 만들기 쉽고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는 매력적인 한식디저트예요. 제가 이 일을 선택한 이유도 떡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구요.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앙금케이크를 만들면 많은 사람이 빵 대신 떡을 찾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인터뷰가 마무리될 무렵, 그녀가 오늘 새벽에 일어나 4시간 동안 만든 앙금케이크를 꺼내 보인다. 떡의 신선함을 위해 무조건 당일에 쪄야 한다며 웃는 국 대표. 덕분에 새벽잠을 설쳤단다. 피곤함에도 그녀를 웃게 하는 케이크. 적어도 국 대표에게 케이크는 언제나 옳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