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스 저도주에 가성비 높은 맛집까지 "그뤠잇"하버시티서 바라본 빅토리아항과 홍콩 일몰 전경. 하버시티 4층 데크에서 관광객들이 로맨틱한 일몰을 보고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남국의 홍콩은 로맨틱하다. 지구 북반부가 옷깃을 여밀 즈음 오히려 빗장을 풀고 과감하게 숨겨진 속살을 드러낸다. 여행하기 알맞은 날씨에 미식, 야경, 액티비티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홍콩 낭만여행은 언제나 향기롭다.
로맨틱 홍콩의 포문은 와인이 연다. 10월 말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와인축제)이 발동을 걸면 이를 11월 ‘그레이트 노벰버 피스트’(미식축제)가 받아 꽃을 피운다. 홍콩의 로맨틱 화수분은 1년 내내 마르는 법이 없다.
와인과 맥주 등 저도수 알코올을 노택스(No tax)로 즐기는 데다 다양한 프로모션까지 겹쳐서다. 한국의 이태원격인 란콰이퐁 카니발과 국제와인전시회가 차례를 기다린다. 또 곳곳의 맛집이 마케팅 대열에 동참하면서 로맨틱 홍콩은 연중 가성비 높은 ‘그뤠잇’ 여행지로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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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현장. 4일 간 14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포브스 선정 세계 10대 미식축제 중 하나다.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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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프랑스 보르도 부스. /사진=박정웅 기자 |
◆ 야경 속 은은한 홍콩 와인축제
와인 잔에 홍콩 야경이 은은하게 흔들린다. 흔들리는 게 야경뿐이랴. 와인 잔을 든 인파도 가볍게 일렁인다. 이 물결에 몸을 실으면 가볍거나 무거운 혹은 달콤하거나 쌉쌀한 와인 세계에 저절로 빠진다. 그 세계가 붉든 맑든 와인 패스 또는 토큰 하나면 족하다.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미식축제 중 하나다. 매년 10월 말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린다. 올해 9회째를 맞은 와인축제는 지난달 26~29일 홍콩의 심장부인 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세계 와인의 풍미를 뽐냈다.
와인축제는 2008년 도입한 와인주세 폐지 정책과 궤를 함께한다. 세계 각지의 다양한 와인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는 대규모 이벤트로 발전했다. 와인을 관광사업화한 것인데 축제 4일 동안 14만여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이다. 올해는 300여개의 와인 부스와 100여개의 음식 부스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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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 하버시티의 '스파클링 선셋'. 4층 데크 전망대에서 스파클링을 곁들인 로맨틱한 홍콩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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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 마르코 폴로 홍콩 '저먼 비어페스트'. 바이언 밴드에 맞춰 맥주를 즐기는 관광객들. 20일 동안 축제가 지속되는데 일일 방문객만 2000명이 넘는다. /사진=홍콩관광청 |
◆ ‘노택스’ 스파클링·맥주가 전하는 또 다른 매력
와인 말고도 로맨틱 홍콩을 즐길 방법은 또 있다. 와인축제가 열리는 하버프론트 건너편 침사추이에 답이 있다. 빅토리아항의 일몰을 차분하게 즐기는 스파클링 프로그램과 시끌벅적한 맥주축제가 그것이다. 둘 다 와인축제와 미식축제를 풍부하게 하는 이벤트다.
침사추이는 홍콩의 마천루가 거미줄처럼 뿜어내는 레이저쇼(심포니 오프 라이트)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따라서 빅토리아항의 아름다운 일몰도 볼 수 있는데 특히 스파클링을 곁들인 로맨틱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오션 터미널에 위치한 하버시티(Harbour City)의 스파클링 선셋(Sparkling Sunset)은 차분하다. 빅토리아항을 향해 돌출한 데크 4층에서 즐기는 일몰과 270도 파노라마뷰가 압권이다. 뷰티프로그램까지 덧붙이니 여성관광객이 현혹될 수밖에 없다.
스파클링 선셋이 차분하다면 데크 반대편의 맥주축제는 그야말로 난장이다. 마르코폴로홍콩호텔이 1992년부터 개최해온 ‘마르코 폴로 저먼 비어페스트’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를 방불케 한다. 현지에서 온 바이언 밴드가 질펀하게 홍을 돋운다. 하루 방문객만 2000명이 넘는 이 맥주축제는 10월 말부터 20일 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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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와르가 떠오르는 몽콩역 인근의 한 뒷골목. 홍콩은 로컬과 글로벌, 전통과 퓨전이 어우러진 미식천국이다. 홍콩의 뒷골목에서 가성비 높은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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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 '예 샹하이'의 민물털게. 10~11월 제철인 샹하이 민물털게는 대표적인 홍콩 보양식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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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콕의 '타이 엘레펀트'가 내놓은 돔얌꿍과 코코넛주스. 이러한 가성비 높은 다양한 음식이 뒷골목에 넘친다.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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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의 한 푸드트럭. 가성비와 간편함은 푸드트럭이 '갑'이다. 푸드트럭은 홍콩 전역의 핫플레이스 6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
◆ 전통·퓨전 메뉴가 빚은 11월 미식축제
와인으로 몸을 푼 입맛은 11월 미식축제에서 폭발한다. 이름마저 거대한 ‘그레이트 노벰버 페스티벌’이 그 주인공이다. 맛과 규모가 그레이트다. 또 참가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한 덕에 가벼운 영수증 역시 ‘그뤠잇’이다.
가을전어가 집나간 며느리를 불러들인다면 홍콩에는 상하이 민물털게가 있다. 요맘때에만 나는 귀한 제철 식재료다.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침사추이의 예 상하이(Ye Shanghai)가 털게요리를 선보인다. 이 털게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갑각류 한마당’(Crabalicious)이 집나간 입맛을 되돌린다.
털게는 수가 적어 가격이 비싸다. 가볍게 즐기는 미식천국의 진가는 뒷골목에서 찾을 수 있다. 주룽, 센트럴, 완차이 등 도심 곳곳에서 로컬과 글로벌, 전통과 퓨전 음식이 넘친다. 주룽의 몽콕에는 태국의 다양한 맛이 있다. 타이 엘레펀트(Thai Elephant)는 돔얌꿍부터 퓨전음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가볍게 즐기려면 길거리 음식도 좋다. 홍콩의 위생과 교통, 관광당국의 합작품인 푸드트럭이 있다. 푸드트럭은 비싼 임대료를 감안해 창업자에게 문턱을 낮추고 기존 맛집에는 고객 접점을 넓히는 취지로 2016년 시작됐다. 현재 14개의 브랜드가 센트럴, 완차이, 침사추이 등 핫플레이스 6곳에서 다양한 간편식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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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피크 인근의 '루가드 로드'에서 트레커들이 우거진 인도고무나무를 지나고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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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대표적인 산책길인 루가드 로드에서 킥보드를 즐기는 어린이들과 홍콩을 조망하는 관광객들. 이 길을 따라 해튼 로드로 내려오면 홍콩대학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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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튼 로드를 내려오다 마주한 역사문화유산인 '파인우드 배터리(포대)'. 세계대전의 흔적이 트레일 곳곳에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
◆홍콩 전경 담으며 가볍게 걷는 하이킹
식후경이라 했나. 세계 각지의 맛을 쓸어 담느라 불린 배는 가벼운 하이킹으로 가라앉히는 게 좋다. 다음 미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소화도 되고 눈도 번쩍 뜨인다.
홍콩의 전망과 역사를 한눈에 담는 빅토리아 피크로 가자. 피크트램, 버스 등을 이용해 피크 타워에 오른 뒤 오른편의 루가드 로드 트레일로 향하자. 루가드 로드에서 바라본 홍콩뷰는 피크 타워에서와 조금 다르다. 낯선 곳에서의 하이킹이라고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루가드 로드는 아이들이 킥보드를 즐기는 평평한 코스인 데다가 원점회귀 트레일이다. 또 루가드 로드 중간 지점엔 홍콩대학으로 내려오는 해튼 로드가 있는데 세계대전의 흔적인 포대(파인우드 배터리)를 볼 수 있다. 하이킹 후 홍콩대학 인근의 인기 관광지인 미드 레벨을 찾아도 좋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13호(2017년 11월8~1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