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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웹젠 노조가 쏘아 올린 작은 공…IT 업계 지각변동 이어질까
② 선망하는 IT 개발자?…현실은
③ 고용 불안 야기하는 '전환배치'
① 웹젠 노조가 쏘아 올린 작은 공…IT 업계 지각변동 이어질까
② 선망하는 IT 개발자?…현실은
③ 고용 불안 야기하는 '전환배치'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내 정보통신(IT) 업계에 채용 바람이 거세다. 청년실업이 사회 최대 현안이지만 IT 업계는 개발자 영입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IT 분야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채용 양극화 문제가 대두 되고 있다. 수평적 기업문화와 높은 연봉 이미지로 취업준비생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그 이면엔 과중한 업무와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파격적인 대우 내건 IT 업계... 채용 경쟁 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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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T 산업은 2000년대 초부터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은 물론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게임 업체들도 거침없이 몸집을 키웠다. 빠르게 성장하면서 IT업계 '인력 확보' 전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마다 고액 연봉을 비롯해 다양한 복지 혜택을 내걸고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건 모양새다. 게임업계는 이미 연봉을 높이는 작업을 시작했고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가 뒤를 잇고 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15% 늘리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카카오는 연봉 예산의 절반 정도를 활용해 임직원 기본급을 500만원씩 일괄 인상하고, 남은 예산으로는 전년도 성과 등을 고려해 추가로 올릴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마찬가지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원격 업무기기, 휴가비 지원 등이 담긴 복지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노사가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전년보다 10% 올리는 데 잠정 합의했다.
게임업계는 지난해 넥슨을 시작으로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게임사들이 8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연봉을 인상했다. 최근에는 스마일게이트·펄어비스·컴투스 등의 게임사들도 다양한 분야에서 채용에 나서 이 같은 연봉 인상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소수 기업만 해당된다는 시각이 많다. 자본이 충분한 기업들이 고액 연봉을 내세우며 채용에 나서자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 소재 스타트업에 다니는 A씨는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그는 "그동안 키워온 인재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있다"며 "조건 등에서 차이가 워낙 커 함께 일하자고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T 업계는 메타버스 및 블록체인 등 신사업이 부상할수록 시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한데 그럴수록 자금이 여유로운 기업들이 더욱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개발자 준비 안돼"… 조직문화 개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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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들도 개발자가 되기 위해 진로를 바꾸고 있지만 이 역시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코딩 학원에 다니거나 정부 및 기업에서 운영하는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섣불리 개발자로 전향해도 자칫하면 코딩잡부(단순한 코딩 업무만 전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개발자가 되길 원한다는 취업준비생 B씨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개발자 직군에 뛰어들었다"면서 "준비를 할수록 단기간 교육만으로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해 네이버에서 발생한 직원 사망 사건은 조직 문화가 수평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무너진 계기가 됐다. 고연봉 직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지만 혹독한 노동 환경이 도마 위에 오르게됐고 해당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판교IT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8월 발족하고 판교 지역 IT사업장의 근로조건과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했다.
네이버는 2014년부터 성과 중심 및 수평적 문화를 위해 대리와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급을 없애고 임원제마저 폐지했지만 내부에 깊이 박힌 조직문화 개선에는 실패한 셈이다. IT업계 전문가는 "호칭 하나 없앤다고 기업 문화가 일시에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안착되고 꾸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게임 소프트 발매나 중대한 업데이트 시점을 앞두고 1~2주일 동안 철야 노동을 하는 '크런치' 문화도 잔존하고 있다. 이 같은 관행은 해마다 개선 중이지만 여전히 일부 기업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1 게임산업 종사자 노동 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게임 개발자 중 '크런치가 있다'고 답변한 비율은 2019년 60.6%에서 지난해 15.4%까지 떨어졌다. 업계의 전반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크런치 문화는 넥슨 등 여러 기업들이 탄력근무제를 통해 개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소수 대기업에 편중돼 있다. 게임업계 전문가는 "탄력근무제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개발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현실 사정에 맞게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한다고 무작정 중소기업에서 시행하려고 하면 무리가 따를 것"이라면서 "프로젝트 이후 휴무 기간을 늘리는 등 다른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