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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일상과 업무의 분리…'e심 시대' 개막
② e심 요금제 선보인 통신 3사, 수익성 악화 우려에 '전전긍긍'
③ 소비자 "가격 저렴, 편의성 극대화"
④ 삼성전자 갤럭시 구형 모델은 e심 사용 못하나
① 일상과 업무의 분리…'e심 시대' 개막
② e심 요금제 선보인 통신 3사, 수익성 악화 우려에 '전전긍긍'
③ 소비자 "가격 저렴, 편의성 극대화"
④ 삼성전자 갤럭시 구형 모델은 e심 사용 못하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하나의 휴대전화로 두 개의 번호를 쓸 수 있는 'e심'(eSIM·embeded SIM) 상용화에 맞춰 듀얼심(기존 유심과 e심 동시 사용) 서비스 요금제를 잇달아 선보였다. 그동안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통신 3사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미뤄왔다. 정부가 e심 상용화 방침을 밝히면서 결국 통신 3사도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통신 3사가 듀얼심 요금제를 동일한 가격으로 선보이면서 경쟁을 통해 통신비를 낮추려는 정부의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통신 3사, e심 요금제 출시… 해외보다 한참 뒤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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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통신사, 제조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과 더불어 '스마트폰 e심 도입방안'을 발표한 이후 9월1일 e심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정부가 e심 도입에 앞장서자 통신 3사는 e심 관련 요금제를 앞다퉈 내놓았다. 출발은 KT가 끊었다. 지난 8월28일 듀얼심 사용자를 위한 '듀얼번호' 요금제를 공개했다. 이어 LG유플러스는 지난 9월1일 '듀얼넘버 플러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통신 3사 중 마지막으로 SK텔레콤이 9월8일 e심 전용 요금제 '마이투넘버'를 선보이면서 한국도 '1폰 2번호' 시대에 진입했다. 통신 3사는 각각 자사 요금제와 연계하거나 데이터 사용 면에서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해외에 비하면 한참 늦은 행보다. 스마트폰 e심은 세계이통사연합회(GSMA) 주도로 2016년부터 표준화 규격이 마련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69개국 175개 통신사가 일찌감치 e심을 도입, 서비스하고 있다. GSMA 보고서는 전 세계 e심 적용 단말기가 올해 5억개에서 오는 2025년 24억개 이상으로 급증한다고 전망했다.
통신 3사, e심 도입 망설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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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심이 국내에서 활성화되지 못한 배경엔 통신 3사의 반대가 컸다. e심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폰 1대에 2개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업무용과 일상용 번호를 분리하기 위해 단말기 2대를 사용해야 했지만 e심으로 휴대폰을 추가로 살 필요가 없어졌다. e심 단말기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통신사를 옮길 때마다 지불해야 하는 유심 구매비도 절약할 수 있다.
반면 통신사는 유심 판매 수익이 감소할 전망이다. 통신사 유심의 구매 가격은 현재 7700원~8800원 수준(원가 약 1000~3000원)으로 추정된다. e심은 물리적인 칩이 아닌 만큼 가입 통신사에서 다운로드 받으면 사용할 수 있다. 이때 드는 비용은 대략 2750원이다. 유심 판매로 얻는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하락도 고민거리다. 소비자들이 e심을 통해 데이터 이용 요금제와 음성 통화 요금제를 각기 다르게 가입, 통신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성 통화는 통신 3사의 저가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폰 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다. 현재 통신 3사는 8만원 이상 요금제에서만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지만 알뜰폰은 2만원대로 가능하다.
번호이동(통신사 변경)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도 통신 3사에게는 부담이다. e심은 과거처럼 대리점에 방문할 필요가 없어 가입이 기존 유심보다 손쉽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해지 등 변동으로 통신 3사의 마케팅비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직접 e심을 다운로드만 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통신 유통 매장 역시 실적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 e심을 개통하면 오프라인 매장의 수수료 매출을 떨어뜨릴 것이 자명하다.
획일화된 e심 요금제… 통신비 인하 취지 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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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가 야심차게 e심 요금제를 내놓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비판이 나온다. 통신 3사 듀얼심 서비스 모두 과금 수준(월 8800원)이 같다는 이유에서다. 데이터 소진 후 사용 가능한 QoS(데이터 소진 시 속도제한)마저 400kbps로 동일하다. 그나마 제공되는 데이터량만 차이가 있다. KT는 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량으로 1기가바이트(GB)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50메가바이트(MB)를 서비스한다.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선 3사 간 가격 경쟁이 활발해야 하지만 시작부터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자율적 경쟁을 통한 가격 인하를 예상하지만 통신 3사가 동일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가격이 떨어지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가격 획일화로 소비자 선택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통신 3사의 e심 요금제가 심지어 원 단위까지 같은 상황"이라며 "유럽 등 국가보다 e심 출시가 늦은 데다 사실상 담합"이라고 말했다.
해당 요금제가 데이터 제공량에 비해 고가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팀장은 "8800원으로 쓸 수 있는 데이터 제공량 역시 터무니 없이 적다"면서 "기존 요금제의 데이터를 나눠쓸 수 있지만 그럼에도 가격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