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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오는 23일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연준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의 파산에 따라 통화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쏠리면서 한국은행의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에 또 한번 동결카드를 꺼낼 수 있도록 부담을 줄여 줄지 관심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현재 한·미 기준금리 격1.25%포인트에 달하는 차가 1.50%포인트로 벌어져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오는 23일 오전 3시 추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연준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SVB 파산에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하면 베이비스텝(금리 0.25%포인트 인상) 또는 금리 동결이 점쳐진다.
연준은 지난해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가파른 통화 긴축을 이어갔다. 지난달엔 '베이비 스텝'으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줄였으나 6%에 달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잡기 위한 긴축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을 목표 수준(2%)으로 내리기 위한 과정은 멀고 험난할 것"이라며 "예상보다 강한 경제 지표는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 된다"고 말했다. 최종 기준금리를 6% 수준까지 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상황은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이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등 금융 시스템 위기론으로 확대됐다는 지적에 반전됐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 일어난 데 대해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파산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급격한 긴축이 SVB 주요 자산인 미 국채 매각 손실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SVB와 비슷한 중소은행들의 몰락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연 1%에서 5%까지 치솟았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 부실화 문제와 국제 은행간 유동성 위험 조짐, 경기 침체 위험 등으로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우려 속… 한은, 기준금리 결정은
한은은 오는 4월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 여부를 결정한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연 3.50%로 4.50~4.75%인 미국과 상단을 기준으로 1.25%포인트로 역전됐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로 벌어진다.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역전 폭이다.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금리 격차에 따른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갈수록 커지는 한·미 금리차에 대한 질문에 "금리 격차 자체가 환율과 외국인 자금에 기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1310원대로 연초 이후 불안한 상황인데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동결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약 1조원(913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고 채권시장에서도 2월 한 달 동안 2천405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외국인이 돈을 빼는 추세다.
지난달 4.8%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지표도 여전히 높다. 생산자물가지수는 120.42로 전월(0.4%)보다 상승폭이 소폭 축소됐으나 서비스 물가의 상승에 따른 고물가 상황은 기준금리 동결에 발목을 잡는다.
조윤제 금통위 의원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나 홀로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고 "물가상승률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중국 경기회복의 영향 등에 따른 경로의 불확실성이 크다"며 "중앙은행으로서 보수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