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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TCS 제공) |
(서울=뉴스1) 백범흠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차장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돼가면서 주말 서울 명동 일대 거리가 중국·일본인은 물론, 북미·유럽·동남아시아 각국 등으로부터 입국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때문에 관광·국제회의 등 대면 방식을 통한 한중일 3국 간 교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 결과, 하향 추세였던 한중일 국민 간 상호 인식 역시 더 급속히 저하되고 악화됐다.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2월을 '한중일 청년의 달'로 지정했다. 폐쇄적 민족주의의 세례를 받은 3국 청년세대들부터 상대국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북미·유럽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권 중 하나인 동북아는 대륙과 해양이 마주치는 접점, 연변지대(沿邊地帶)에 위치해 있다. 대륙국가 중국과 반도국가 한국, 그리고 열도국가 일본은 역사 이래 약 4000년이란 오랜 기간 육지와 바다를 통해 사람과 물품, 사상·철학, 문화를 교류해 왔다. 그에 따라 한중일 3국은 유교·한자 등 많은 것을 공유하게 됐다.
한중일 3국 정부는 12년 전인 2011년 9월 3국 간 교류를 한층 더 촉진시키기 위해 서울에서 정부 간 국제기구인 TCS를 창설했다. 광화문에 자리한 TCS 사무국 자체가 소규모 '한중일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의 긴 역사를 살펴보면 19세기 이후만 해도 한반도와 중국 등지에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전쟁이 여러 차례 일어났다. 한중일 3국이 TCS를 창설한 건 대규모 인명피해를 동반하는 전쟁 등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동북아 국가들이 △항구적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교류 확대를 통해 경제 번영을 지속하며, △공유하고 있는 문화유산을 활용해 안정된 동북아를 만드는 데 TCS 창설 이유가 있다.
한중일 3국 가운데 한국은 분단국가로서 안보위기를 안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초저출산율과 노령화, 경제 활력 약화 등이 현재 한국의 '숙제'로 꼽힌다. 중국·일본 역시 한국과 유사하게 저출산율과 노령화, 경제 활력 약화 등에 노출돼 있다. 또 한중일 3국은 에너지·원료·원자재 수급 등에서도 '하나같이' 취약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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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이런 상황에서 2010년대 초중반 절정에 달했던 세계화도 2010년대 후반부터 후퇴하고 있다. '탈(脫)세계화' 물결과 함께 세계가 더 심각하게 블록화와 자국 이기주의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은 저서 '붕괴하는 세계와 인구학'에서 "세계화 없이 동북아 경제는 옛날처럼 존재하지 못할 것"이라며 "동북아가 지난 25년간 갖고 있던 인구구조를 유지하지 못하면 자본과 노동 생산성도 결코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노령화와 함께 세계화 '종식'이 한중일 3국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이는 3국에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변화에 대응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뉴노멀'에 맞서 한중일 3국은 함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중일 3국 관계 개선·증진의 실마리도 곧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TCS 차원에서도 뉴노멀에 대한 돌파구 모색과 한중일 3국 협력의 미래비전을 논의하고자 오는 4월1~3일까지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제1차 TCS 비전그룹(TVG) 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엔 한국의 신각수 전 외교통상부 차관과 김기환 국제교류재단(KF) 이사장, 중국의 천더밍(陳德銘) 전 상무부장과 청융화(程永華) 전 주한대사·우하이룽(吳海龍) 중국인민외교학회장, 그리고 일본의 도구치 히데시(德地秀士) 전 방위성 방위심의관과 후지사키 이치로(藤崎一郞) 나카소네(中曾) 평화연구소 이사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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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S 제공) |
TCS는 또 올해 한중일 국민 간 상호 이해 증진을 촉진하기 위해 4월19일부터 29일까지 한국 경주와 일본 나라(奈良), 중국 양저우(揚州)와 함께 '동아시아 문화도시 미디어 & 온라인 인플루언서 투어 2023'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한중일 3국에서 각각 기자 5명과 인플루언서·지역문화 전문가를 초청해 경주·나라·양저우 등 3개 도시를 약 2주간 순회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 투어 마지막날엔 양저우에서 '동아시아 문화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심포지엄엔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재단(EACC) 이사장 등이 참석한다.
신라 출신 최치원은 당(唐)나라 시대 양저우에서 관직 생활을 했고, 같은 시기 중국 승려 감진화상(鑑眞和尙)은 일본으로 건너가 나라에 도쇼다이지(唐招提寺)를 창건해 불교를 보급했다. 경주와 나라는 1970년 자매도시가 됐고, 경주와 양저우는 2008년, 양저우와 나라는 2010년에 각각 우호도시가 됐다.
한중일 간 우호도시협력은 관광, 청소년 교류, 문화산업협력 등 3국 협력을 떠받치는 주춧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주는 물론, 양저우·나라도 유명한 고도(古都)다. 양쯔(揚子)강 하구 일대를 지배했던 옛 남당(南唐)의 수도 양저우는 현재도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다. '야마토'(大和)라고 불렸던 나라는 일본 고대문화의 정수(精髓)인 '아스카(飛鳥) 문화'가 태동한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경주시는 이번 '투어 2023'을 통해 경주가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국가 간 관계는 결국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웃는 낯에 침 뱉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오가고 만나야 이해가 제고된다. 이들 행사를 계기로 한중일 국민 간 교류가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더 확대되고 상호 인식도 크게 개선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