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더라도… 문제의식을 가져라

한 온라인 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입사원 10명 중 3.2명은 입사 1년 이내에 조기 퇴사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을 열고 들어와 1년도 채 견디지 못하는 그들의 퇴사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가 우리를 열받게 하는 65가지 이유>의 저자는 ‘첫 직장은 비교 대상이 없기 때문에 불만이 쌓이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극단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불만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도 덧붙인다. 무조건 떠나는 것도, 참는 것도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은 철저히 수익을 좇아야 하지만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모든 것이 효율적이고 합리적일 수는 없다. 납득할 수 없는 관행도 존재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도 얽혀있다. 문제는 이것이 기업마다 서로 다른 ‘조직 문화’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데 있다. 저자는 책에서 한국과 외국의 공기업, 민간 대기업을 모두 경험해 본 선배 직장인으로서 다소 개인적이지만 누구나 의문을 품어봄 직한 직장생활의 문제점을 들춰낸다.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업무 성과와 조직 문화에 관한 대목이다.

직원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제안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진척 없는 프로젝트가 10개가 넘는데도 또 프로젝트를 발의한다면 그것도 바람직한 것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가수가 데모곡을 많이 녹음하는 것보다는 한 곡이라도 제대로 된 히트곡이 있어야 한다’고 비유한다. 실제 성과보다는 새로운 업무를 자꾸 추가하는 데 중점을 두는 조직 문화에 익숙해진다면 결국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가 직장인들을 열 받게 하는 무수한 이유들은 무기력한 푸념에 불과할 수 있다. 무엇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스스로를 조직 문화에 적응시켜야만 살아남는 것이 직장인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불만을 단지 ‘속으로 삭히는 화’로 끝낸다면? 저자는 직접 느끼고 절박하게 변화를 필요로 했던 불만에 대해 당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지라도,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가지기를 조언한다. 수동적으로 회사에 자신을 맞추다 지치기보다 자기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업 문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리더형 인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떠한 환경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의 성공적인 완수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 문화는 내부 사정일 뿐 승진이건, 이직이건 나를 도약하는 받침대가 되는 것은 이력서에 남는 완수된 프로젝트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의 조직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기르는 일이며,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로 압축되는 저자의 돌직구 핵심이다.

책은 새로운 조직 생활이 낯설고 어렵기만 한 사회 초년생, 무탈한 오늘을 기원하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데 급급한 직장인, 성과 달성을 위해 고민하는 관리자와 경영자 등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회사 생활의 진실을 담고 있다. 불만이라고 생각했던 문제들과 함께 현재의 자신을 진단하고, 나아가 가장 상식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문화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정주 지음 | 매경출판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