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2세인 함영준 회장. 올해로 취임 6년을 맞은 그가 최근 ‘제2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신상품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점유율은 물론 주가까지 급등하고 있어서다.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마의 고지, 농심의 벽도 넘어섰다. 그야말로 오뚜기 전성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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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강진형 기자 |
◆ ‘2위의 반격’…새 역사 쓰는 진짬뽕
최근 대형마트 A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오뚜기 진짬뽕이 17.9%로 농심 신라면(10.3%)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달에도 진짬뽕은 15.3%로 1위를 차지했고 농심의 맛짬뽕이 11.8%로 뒤를 이었다. 신라면은 10.3%로 3위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신예 진짬뽕이 20년 넘게 라면시장 1위를 고수해 온 신라면을 제친 성과를 거둔 것. 진짬뽕은 출시 두달 만에 2000만개 판매를 돌파했고 출시 3개월 만에 4000만개를 넘어선 뒤 5000만개 판매를 눈앞에 뒀다.
업계는 진짬뽕의 인기 비결로 불맛과 굵은 면발을 꼽았다. 중화요리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불맛을 살린 것과 굵은 면을 이용해 색다른 식감을 낸 것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뚜기는 기존 라면들과 달리 진짬뽕에 액상스프를 적용했다. 액상스프는 분말스프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비용이 더 들지만 국물의 맛을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알려졌다. 풍부한 건더기스프에 진한 국물 맛까지 더해지면서 진짬뽕은 중국집에서 먹는 짬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짬뽕에 탄력받은 오뚜기는 지난해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20%를 돌파했다. 라면사업에 진출한 지 28년 만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오뚜기는 라면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 24.1%를 기록하며 새 역사를 썼다. 라면업계 전체로도 2위 업체가 점유율 2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매출 2조원도 눈앞이다. 오뚜기의 2014년 매출액은 1조7817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1조4237억원이다. 업계는 오뚜기가 3분기까지 5.5% 성장한 데다 4분기 일반 라면보다 가격이 2배 비싼 진짬뽕 매출이 급증한 만큼 지난 한해 매출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역시 날개를 달았다. 오뚜기 주가는 지난해 11월 100만원을 넘어선 뒤 연일 상승세를 보이다 지난달 27일 137만6000원을 기록했다. 1년 전 오뚜기 주가가 50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80% 상승한 셈. 업계에서는 ▲오뚜기의 성장 가능성이 큰 점 ▲매운 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짬뽕라면의 인기가 쉽게 식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향후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본다.
◆ CEO의 힘… 내실 다지기로 위기 돌파
오뚜기의 성과 뒤에는 함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는 제품의 판매 실적과 마케팅 현황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지시하기로 유명하다. 실제 그가 지휘봉을 잡은 뒤로 오뚜기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은 180도 달라졌다. ‘라면의 원조’인 삼양식품을 제치고 만년 3위에 머물던 오뚜기가 업계 2위로 올라선 것도 그의 경영전략에서 비롯됐다는 평이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함태호 명예회장으로부터 10년 만에 경영권 승계를 받을 즈음만 해도 그의 첫걸음은 위태로웠다. 지지부진한 마케팅과 경쟁업체의 등장으로 성장 자체가 정체된 상황. 특히 주력 부문인 참치통조림과 카레 등이 경쟁에서 밀리며 업체 5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 어렵다던 불황 속에서도 두자릿수 성장을 보여 온 토종식품업체였기에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웠다. 하지만 그 역시 넘어질 줄 모르는 오뚝이였다. 그는 오뚜기를 일으킬 해답을 바로 ‘오뚜기’ 이름 자체에서 찾았다.
기존 사업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 냉동식품시장에 진출하고 차, 홍삼시장에 진출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에 주력했다. 동시에 그는 전통제품의 경쟁력도 제고했다. 3분 카레와 같은 레트로트 식품과 참기름 등의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빼앗겼던 시장점유율도 서서히 회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라면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때 오뚜기사업 중 애물단지였던 라면사업은 그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늘려갔다. 특히 류현진을 앞세운 진라면 마케팅이 인기를 끌면서 진라면을 1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함 회장은 사내에서 냉철하지만 소통을 중시하는 ‘정도 경영자’로 통한다. 그는 무리한 영업이나 마케팅으로 경쟁사 제품을 깎아내리는 것을 금하고 있다. 식품업계가 갑을 관계와 중량을 속이는 등의 관행으로 국민들에게 지탄받을 때도 오뚜기만은 예외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모범 CEO의 경영방식이 지금의 오뚜기를 만들어냈다고 본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오뚜기는 자사 홍보 마케팅에만 혈안이 된 일부 식품기업과 달리 고집스럽게 정도의 길을 걸어온 기업”이라며 “창업주의 신념이 아직도 그룹 전반에 퍼져 있어 위기 때도 창업정신을 지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경영 방침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의 흠 없는 경영 태도 덕분인지 사업도 승승장구”라며 “적어도 윤리적인 문제가 사업 발목을 잡을 일은 없기 때문에 향후 사업에 100% 집중하는 데 힘을 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전성기를 맞은 함 회장. 지난해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그의 경영전략이 진짬뽕의 뒤를 잇는 새로운 브랜드에도 날개를 달아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