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경영승계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째 그룹경영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SDS 주식을 처분하고 제조업과 금융업의 계열 분리를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삼성은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2.05%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삼성 측은 추후 삼성엔지니어링 증자를 위한 자금 마련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상속세를 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 2년이 돼간다"며 "삼성 측은 이 회장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후계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인사도 "순조로운 경영승계를 바라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 상속세 등 납세 솔루션을 사전에 갖춰놓는 차원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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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머니위크DB |
이 부회장이 이번에 처분한 주식은 현금으로 약 3800억원. 지난달 28일 종가 기준 26만1000원에 4~7% 할인을 적용한 세전 금액이다. 그러나 세법상 이 부회장이 대주주에 해당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와 지방세 22%를 내면 이 부회장 손에 쥐어지는 현금은 약 3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매각한 날 삼성생명도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가 소유한 삼성카드 지분 37.5%를 전부 매입키로 했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 중 중요한 위치에 속한 기업. 국회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해지는 만큼 삼성생명은 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지분 16.5%를 소유했고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의 2대 주주(지분 19.3%)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 매입은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0.06%밖에 가지지 못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카드다.
만약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지주회사로 만들 경우 세법상 법인세 감면과 함께 주식양도차익의 납부를 유예받을 수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순환출자구조를 지녔다. 이 같은 구조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도 그룹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반면 한 계열사의 부실이 발생했을 때 다른 계열사로 전이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 이를 규제한다.
오는 29일까지 삼성은 삼성SDI가 보유한 옛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즉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2.6%를 처분해야 한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구조가 강화됐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완화하라고 명령했다. 순환출자구조가 강화된 것은 합병 계열사 간 지분 보유율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설합본호(제421호·제42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