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보험 중복 가입자가 7월 23%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실정이다./사진=뉴스1
운전자보험 중복 가입자가 7월 23%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는 실정이다./사진=뉴스1
#대기업 부장인 50대 P씨는 올해 5월 설계사로 일하는 친구의 권유로 A사 롯데손해보험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다. 일명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스쿨존사고 보장 강화를 위해서다. 그러던 P씨는 올해 11월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자전거를 타고 갑자기 튀어나온 초등학생과 가볍게 부딪히는 사고를 겪었다.  
총 치료비는 30만원. 이후 두 개의 보험사에서 P씨에게 지급한 보험금도 각각 15만원으로 총 30만원이었다. 각각 30만원을 받아 총 60만원을 수령할 것이라 생각했던 P씨는 뒤늦게 본인이 잘못한 것을 알고 새로 가입한 롯데손해보험 상품을 해지하기로 했다.  

운전자보험 중복판매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시행된 ‘민식이법’을 계기로 운전자보험 판매가 급증, 운전자보험 중복 가입 비중도 크게 늘어난 걸 인식하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소비자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운전자보험 중복 가입자, 7월에 23% 넘겨


30일 보험연구원 및 업계에 따르면 운전자보험 중복 가입자 비중이 6월 22.7%에서 7월엔 23%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 가입자 비중은 지난 3월까지 19.3~20.1%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다가 4월부터 상승해 7월에 23%를 넘긴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운전자보험 초회보험료(보험 신계약에 의한 첫 번째 납입보험료)는 49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8.9% 급증했다. 원수보험료(보험회사가 대리점 등을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아들인 보험료)는 전년동기대비 10.3% 증가한 1조1170억 원으로 조사됐다. 운전자보험 중복 가입자 비중이 늘며 전체 운전자보험 시장(금액기준)이 커진 것이다.  

운전자보험의 핵심 담보인 벌금, 형사합의금 등은 비례보상 원칙이다. 중복 가입해도 보험금이 증가하지 않고 피해액을 각각의 보험사가 나눠 보상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사고로 벌금 1000만원이 나왔을 경우 운전자보험에서 1000만원을 보상 받는다. 그런데 2개의 보험에 중복가입 했다면 각각 500만원씩 보상 받게 된다.  


즉 중복가입하면 계약자는 보험료만 납입하고 혜택은 보지 못한다. 이에 따라 동일한 담보(보장항목)에 중복으로 가입하면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 등 손해를 볼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운전자보험에 가입했는데 보장 한도를 높이고 싶다면 특약을 추가할 수 있다.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가입할 경우 불필요한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제95조의5(중복계약 체결 확인 의무)에서는 기존에 가입한 상품과 동일한 보험에 다시 가입할 때는 이를 확인하고, 계약자에게 중복가입임을 알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중복가입에 따른 보험료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올해 2분기 민식이법 시행 당시 가입자에게 실질적인 혜택 없는 상품 판매에 치중했다. 이에 대한 비난이 업계에서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관심 확대로 운전자보험이 지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소비자의 불필요한 중복 가입이 증가하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손보검사국 관계자는 "운전자보험 등 비례보상하는 상품은 중복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