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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머니S 김은옥 기자 |
# 직장인 A씨는 올 5월 처음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다. 달콤한 ‘따상’을 꿈꾸며 증권사 4곳에서 주식 계좌를 텄고 운 좋게 4주를 배정받았다. 상장 직후 주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자 A씨는 곧바로 추격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주가는 이내 곤두박질쳤다. 공모주는 무조건 대박이란 친구의 말을 듣고 추격매수에 나섰지만 적잖은 손실을 봤다.
그야말로 공모주 전성시대다. ‘공모주 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도 나온다. 공모주 투자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반면 기존 상장 주식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꿈만 안은 채 ‘묻지마 공모주 투자’를 진행하면 A씨처럼 참패를 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따상은 무슨” 공모가 밑도는 사례 속출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이어졌던 공모주 청약 열기가 최근 주춤하는 모습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공모주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5월11일 상장한 SK아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형성된 후 상한가 마감)에 실패하면서부터다. 같은 달 상장한 중·소형주 역시 줄줄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갔다.
상장 직후 시초가가 공모가 아래로 주저앉는 사례도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5월14일과 17일 각각 상장한 에이치피오와 씨앤씨인터내셔날은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는 등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같은 달 26일 상장한 진시스템 역시 공모가를 하회한 채 장을 마쳤다. 이들 종목은 6월8일 종가 기준 여전히 20% 넘는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공모주는 무조건 이익’이라고 굳게 믿고 뛰어들었던 개인투자자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 단기 차익을 얻기 위해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불기도 했지만 공모가보다 한참 밑도는 종목이 나오면서 차익 실현은커녕 손실만 떠안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막연한 공모주 환상에 젖어 추격매수에 나섰지만 주가가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원치 않게 장기투자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따상’ 신화 재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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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뱅크 |
이 가운데 기업가치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최근 전기차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증권가에선 기업가치가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100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IPO 역사상 최대어로 기록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와 2차전지 산업이 유례없이 빠르게 성장하며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선제적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IPO가 빠를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메타버스(제3의 가상세계)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주목받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맥스트와 로봇청소기 업체 에브리봇 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모주 투자 시 주의사항은
최근 금융위원회는 공모주 중복 청약 금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재입법 예고를 마쳤다.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기회 확대를 위해 6월20일부터는 한 사람당 한 계좌 청약만 가능하다.
업계에선 중복청약 금지가 하반기 공모주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복 투자가 막히면 청약 건수나 경쟁률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공모주 청약 과열 양상이 누그러지면서 자연스레 투자자 관심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복청약 금지를 계기로 공모주 투자 방향을 바꿀 것을 조언한다. 지난해 IPO 광풍을 경험한 개인투자자들이 제2의 따상 종목을 찾아 ‘묻지마 IPO 투자’를 하던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무분별한 공모주 투자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리서치알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신규 상장된 77개 코스닥 기업의 시초가 대비 5월31일 종가 기준 수익률은 평균 -6.8%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33.3% 상승했다.
연일 이어지는 공모주 고평가 논란도 투자 전 고려해야 할 포인트 중 하나다. SKIET 이후로 공모주는 무조건 대박이란 시장 분위기가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공모주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은 유지되고 있다. 공모가가 반드시 시장가치보다 낮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공모주 폭탄 돌리기’ 피해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실적이 검증된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개인투자자가 ‘따상’을 기원하며 공모주 청약 대열에 동참했지만 상장 이후의 수익률은 예상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적절한 공모가인지 확인하며 옥석을 가려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