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샤프가 아니라 해시태그(#)입니다. 모바일 세상 속 멋지고 핫한 것들은 모두 해시태그가 됩니다. 최신 유행, 패션, 음식부터 사회적 경향성이나 캠페인을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어떤 해시태그가 주목받고 있는지, 우리 사회에 족적을 남긴 해시태그는 어떤 것이 있는지 소개합니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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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남성 손님 50명 중 1명꼴로 장발이에요. 머리가 아주 긴 남성 손님도 쉽게 볼 수 있어요. 코로나로 미용실을 자주 안 가게 되면서 '한번 길러볼까?' 하시는 것 같아요"
서울 용산구의 한 미용실에서 만난 30대 남성 헤어디자이너의 말이다. 그 역시 어깨까지 오는 검고 구불구불한 장발이었다. 그는 "원래는 머리가 더 길었는데, 원래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머리를 기르는 남성이 많아진 모습이다. 이들은 머리를 기르게 된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문화, K팝·K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등의 영향을 꼽았다.

#장발 검색 결과 © 뉴스1(인스타그램 갈무리)
#장발 검색 결과 © 뉴스1(인스타그램 갈무리)

15일 인스타그램에 #장발을 검색하면 7만여 건의 게시물이 뜬다. 장발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긴머리 여성보다는 머리를 기른 남성 사진을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장발남자 #장발펌 #장발잠 #장발머리 #장발모델 등 남성 장발 관련 해시태그도 각각 1000~5000건 이상 검색됐다.

7년째 머리를 기르는 장발 남성 정선일씨(35)가 출연한 한 중소기업의 헤어스타일러 상품 광고. © 뉴스1(정선일씨 제공)
7년째 머리를 기르는 장발 남성 정선일씨(35)가 출연한 한 중소기업의 헤어스타일러 상품 광고. © 뉴스1(정선일씨 제공)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정선일씨(35)는 올해로 7년째 머리를 기르고 있다. 현재 머리 길이는 1m가 넘는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헤어스타일러 제품 광고도 촬영했다.
정씨는 "TV에서 머리카락을 기부한 남성 연예인을 보고 저도 기부를 위해 기른 것이 시작"이라면서 "처음에는 건강한 모발을 위해 '노푸'(샴푸를 안쓰고 물로만 세척)했지만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나서는 샴푸도 쓰고 선풍기로 머리를 말린다"고 전했다.


3년 동안 머리를 길렀다는 경북 지역의 고등학생 정모군(18)은 "5살 때 서태지로 음악에 입문했는데 신해철, 서태지 등을 동경하면서 처음 머리를 길렀다"고 말했다.

정군은 "이동욱, 이동휘, 오징어게임의 허성태, 10~20대가 좋아하는 애쉬 아일랜드 등 인기 배우나 가수가 머리를 기르면서 장발하는 남성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1년 넘게 머리를 기른 대학생 박모씨(25)는 "코로나라 바깥활동이 줄어든 덕분에 머리를 기르기 쉬웠고 긴 머리가 어울린다는 친구들 덕분에 힘이 났다"면서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서 이제는 머리를 잘라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왼쪽부터 김창현씨(가명·31), 박모씨(25), 정모군(18)이 보내온 본인 사진.© 뉴스1
왼쪽부터 김창현씨(가명·31), 박모씨(25), 정모군(18)이 보내온 본인 사진.© 뉴스1

밴드 활동을 한다는 김창현씨(가명·31)는 4년 넘게 머리를 길렀다. 김씨는 "요즘은 여자는 머리가 짧아지고 남자는 머리가 길어지는 트렌드가 있는 것 같다"며 "남자들은 장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앞머리가 눈을 넘어가는 기장에서 스타일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손모씨(24)는 "코로나로 밖에서의 생활이 줄어들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 덕분에 장발에 도전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며 "저는 최근에 다시 자르려다 좋아하는 친구가 '힙해 보인다'고 말해서 계속 기르고 있다"며 웃었다.

온라인에서 장발 남성 모임도 찾아볼 수 있는데 장발 남성들은 이곳에서 펌 등 여러 헤어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 남성이 머리를 기르는 방법을 소개하는 게시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80년대에도 젊은 남성 사이에 머리를 기르는 유행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단순히 기르기만 하는 것을 넘어서서 스타일링까지 하는 모습이었다. 외모를 가꾸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 트렌드도 꾸준하다.

서이종 서울대 교수(사회학과)는 "과거에는 남성들이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면서 표준적인 복장을 유지하려고 했다"면서 "요즘은 남성들도 복장 등을 통해 미적인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부장적 '마초 남성'에서, 아이돌로 대표되는 '예쁜 남성'을 넘어 최근에는 '시크한 남성'이 이성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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