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양자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2.6.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 양자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2022.6.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미국과 중국 국방부 장관이 10일(현지시간) 첫 대면 회담을 진행한 가운데 양측은 대만 문제를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중국은 대만 독립을 말하는 '분열 시도'와 관련해서는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히는 최근 미국의 대만 지원 등에 대해 불쾌한 속내를 드러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 약 1시간가량의 비공개 회담을 진행했다. 양국 국방 장관이 대면으로 접촉한 것을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이후 처음이다.

양국 국방 장관 회담은 주요 주제는 '대만' 문제로 좁혀졌다.


중국 환구시보에 따르면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 이날 양자 회담 이후 브리핑에서 웨이펑허 부장이 오스틴 장관에게 만약 누군가 대만 분열을 시도한다면 중국군은 전쟁을 불사하고 어떤 대가도 아까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 대변인은 양국 국방장관이 미·중 군사 관계 및 대만, 남중국해,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또 양측은 솔직하고 적극적이며 건설적·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국군은 두 정상이 합의한 중요한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우 대변에 따르면 웨이 부장은 오스틴 장관에게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한 일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의 중국 원칙은 미·중 관계의 정치적 기초이며 대만을 통해 중국 억제하는 것은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웨이 부장은 미국이 얼마 전 대만에 무기 수출을 승인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미중 3개 연합공보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는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했을 뿐 아니라 양국 관계 및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고 했다.

웨이 부장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역내 국가들이 원만하게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며 역외 세력이 끼어들어 판을 깨는 것이야말로 남중국해 최대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국은 항상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대국으로서 건설적인 역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 우크라이나 문제로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해치려 한다면 단호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판문장 베트남 국방장관(우)이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났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판문장 베트남 국방장관(우)이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났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미 국방부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스틴 장관의 웨이 부장과 만났다는 소식을 전하며 두 사람이 미·중 관계 및 지역 안보 이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은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하고 의사소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웨이 부장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략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국군과 실질적인 대화 및 핫라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웨이 부장에게 미국은 대만관계법과 미·중 3개 연한공보, 6개 합의에 따른 미국의 오래된 중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또 대만 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 및 일방적인 현상 변화에 대해 반대하고 중국이 대만에 대한 더이상의 불안정 행위를 자제할 것을 강조했다.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북한 문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 지역 및 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3일간 진행되는 샹그릴라 회의에서 역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오스틴 장관과 웨이 부장은 지난 4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으로 45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위기 상황시 소통 채널 구축 등에 의견을 모았지만, 대만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현안을 놓고선 뚜렷한 시각차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미중은 최근 몇 년간 대만과 남중국해뿐 아니라 홍콩과 신장, 사이버 안보 그리고 인권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양측은 대만 문제를 놓고 최근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미국은 대만 관련 정책 기조를 '전략적 모호성(ambiguity)'에서 '전략적 명료성(clarity)'으로 점차 옮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략적 모호성'이란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해 미국이 대응법을 모호하게 제시함으로써 양안 관계가 지나치게 긴장되는 것을 막으려는 정책 기조다.

이날 대면 회담에 이어 두 장관은 회의 이틀째(11일)와 사흘째(12일) 첫 본회의에서 연사로 나선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다음 단계'라는 제목으로, 웨이 부장의 연설 '역내 질서를 위한 중국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연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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