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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64·사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그룹주가 오르고 주식부호에 이름을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메리츠금융 3사는 전일 보다 3~5% 오름세를 보였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전일보다 1150원(3.14%) 오른 3만7750원, 메리츠증권은 200원(3.55%) 오른 5840원, 메리츠화재는 2300원(5.26%) 오른 4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1일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두 회사 주주를 상대로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기 위한 조치다.
주식시장에선 메리츠금융이 핵심 계열사 물적 분할 등 '쪼개기 상장'으로 논란을 키워 온 다른 회사들과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순이익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하겠다고 공시한 점도 주주 가치 제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앞으로 3년간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한다. 지난 3년간 메리츠 계열사의 주주환원율 평균(지주 27.6%, 화재 39.7%, 증권 39.3%)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메리츠금융은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최대주주로 각각 59.46%, 51.33%의 지분을 보유한다. 조 회장은 메리츠화재와 증권의 100% 자회사화를 위한 포괄적 주식 교환을 실시하면 지분율은 75%대에서 약 47%대로 낮아진다. 조 회장은 '(경영 효율과 주주 가치를 위해서라면) 내 지분이 내려가도 좋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큰 결정을 내린 조 회장은 보유 주식 가치가 8300억원 가량 늘면서 국내 주식 부호 순위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을 제치고 9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내린 포괄적 주식교환이 조 회장의 주식가치를 올리는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의 4남 1녀 중 막내다. 2002년 조중훈 회장 별세 후 한진그룹이 계열 분리되며 금융분야를 물려받았다. 2005년 계열 분리와 인수 등의 과정을 거쳐 한진의 금융 계열사들을 가지고 지금의 메리츠금융을 만들었다.
한진가 막내아들의 결정은 보험업 위주인 메리츠금융의 증권업 비중을 키우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메리츠증권의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658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 증가했다. 2017년부터 메리츠증권의 순이익 규모는 메리츠화재를 웃돈다.
조 회장의 이번 결단이 메리츠증권 상승세에 날개를 달아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