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며 통신 업계 전체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사진=뉴시스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거세지며 통신 업계 전체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사진=뉴시스

▶글 쓰는 순서
①30년 쓰면 뭐 하나… 집토끼 방치하는 통신 3사
②이통3사 영업익 3년연속 4조 돌파에도… 짠물 지원금 여전
③알뜰폰과 제4통신사… 다급해진 통신 3사


이동통신 3사가 삼성전자 갤럭시S24 시리즈 정식 출시 일주일 만에 공시지원금을 최대 50만원까지 인상했다. 2021년과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합산 영업이익 4조원을 낸 통신 3사는 해당 단말기 출시 초기 최대 20만원 초반의 '짠물 지원금'을 책정해 지적을 받았다. 정부의 통신비 부담 완화 압박에 지원금을 상향했지만 여전히 선태약정할인보다 혜택 금액이 적은 경우도 있어 가계 통신비 인하에 실질적 영향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통3사, 공시지원금 일제히 올려

사진은 지난 1월18일 서울 서마포구 삼성전자서비스 홍대휴대폰센터에 갤럭시S24 시리즈가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사진은 지난 1월18일 서울 서마포구 삼성전자서비스 홍대휴대폰센터에 갤럭시S24 시리즈가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통신 3사가 공시지원금 확대 지원에 미온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자 최근 갤럭시S24 시리즈(갤럭시S24·갤럭시S24 플러스·갤럭시S24 울트라)의 공시지원금을 일제히 상향했다.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통3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4조4010억원이다. 2022년 3사의 영업이익을 모두 합한 4조3835억원보다도 소폭 증가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SK텔레콤 1조7532억원, KT 1조6498억원, LG유플러스 9980억원이다.

갤럭시S24 지원금을 둘러싼 정부 압박이 거세지자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2일 가장 먼저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개통 당시 5만2000원~23만원으로 책정했던 공시지원금을 12만~45만원으로 올렸다. 지난 6일엔 29만5000원~50만원으로 지원금을 다시 한번 인상했다.

공시지원금 인상 여부에 이목이 쏠렸던 SK텔레콤과 KT도 뒤따랐다. SK텔레콤도 6일 갤럭시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요금제에 따라 25만∼48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사전예약 개통이 시작된 지난 1월26일과 비교해 적게는 15만원, 많게는 28만9000원 늘어났다.


KT도 같은 날 갤럭시S24 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을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기준 5만∼24만원에서 5만5000원∼48만원으로 상향했다. 특히 월 13만원 5G 초이스 프리미엄 요금제는 공시지원금이 24만원 증가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단말기 출시 직후 곧바로 지원금 인상에 나선 데엔 정부 압박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한다. 방통위는 갤럭시S24 출시 후 이동통신 3사의 정책 및 마케팅 관련 담당자들을 불러 지원금 인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금 인상에도 통신비 인하 '글쎄'

사진은 지난 2022년 6월 21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 모습. /사진=뉴스1
사진은 지난 2022년 6월 21일 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 모습. /사진=뉴스1

공시지원금이 두 배가량 인상됐지만 실제 통신비 인하 해결책이 될 수 없단 시각도 있다. 매월 25%의 요금 할인을 받는 선택약정할인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경우가 있어서다.

일례로 공시지원금을 최대로 받을 수 있는 LG유플러스의 월 13만원 요금제로 '갤럭시S24울트라'를 구매할 시 공시지원금 50만원에 추가 지원금(공시지원금의 15%)까지 총 57만5000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선택약정할인 24개월을 선택할 경우 매달 13만원 요금의 25%를 할인받아 아낄 수 있는 통신비 금액은 78만원에 달한다.

데이터 이용이 적어 낮은 가격의 통신비 조건을 택하고 싶은 사람들은 직접 자급제 단말을 구매해서 알뜰폰 요금제를 고르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통신 3사가 데이터 10GB 구간에서 5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알뜰폰 업체들은 1만원대 중후반의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용이 가장 낮은 유모바일의 경우 요금제 가격은 1만4500원이다.

SK텔레콤과 KT는 20GB 구간을 각각 월 5만9000원과 5만8000원에 제공하지만 알뜰폰 업체 KT엠모바일 이용료는 절반 수준인 2만799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 위해선 추가 공시지원금 상향이 필요해 보이지만 큰 폭으로 늘리긴 힘들 것"이라며 "지원금 확대는 고가의 단말기를 오래 이용하는 고객에만 혜택이 집중되기 때문에 실질적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해선 알뜰폰 등이 동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