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단원고 학생들을 기억했다. 사진은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4·16기억교실의 모습. /사진=최진원 기자

"여기 있는 글을 보니 다들 되고 싶은 게 있었다. 축구선수, 사회복지사 같은 아이들의 소망을 이뤄주진 못했지만 이 공간이 살아있는 교육 공간으로 남아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싶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인근 4.16생명안전교육원에 근무하는 정수진씨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이 같은 바람을 전했다.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정확히 11년이 되는 날이다.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299명이 숨졌다.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 325명이 승선해 있었다. 이들 중 결국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망했다.

참사 발생 1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시민들이 단원고 학생들을 기억했다. 빈 교실은 추모객으로 채워졌다. 11년 전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과 교무실은 단원고 4.16 기억교실로 옮겨졌다.

단원고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한 기억교실은 학생들의 물건과 노란색 추모품으로 가득했다. 11주기를 맞아 이곳을 방문한 시민들은 "미안하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등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남겼다. 학생들의 자리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남긴 편지와 사진 등이 남았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이 올해로 11주기를 맞았다. 사진은 경기 안산시 4·16 기억교실의 모습. /사진=최진원 기자

교탁에 앉아 학생들의 자리를 보면 화사하게 꾸며진 책상과 텅 빈 의자가 대조를 이룬다. 학생들 자리에는 생전 좋아했던 물건들이 빈자리를 대신했다. 야구를 좋아하던 2학년 4반 김호연군의 자리에는 낡은 야구공 하나가 놓여 있다. 2학년 10반 장혜원양의 자리에는 초콜릿 빙수 모형이 자리했다. 평소 요리를 좋아해 호텔조리사를 꿈꿨던 2학년 10반 이태민군의 자리에는 못 이룬 꿈을 대신한 듯한 인형이 자리잡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을 안내했던 교사들이 올해로 11주기를 맞았다. 사진은 경기 안산시 4·16단원고 기억교실의 모습. /사진=최진원 기자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세월호에 남았던 교사들의 흔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2학년 부장이었던 박육근씨의 자리에서 본 빈 교무실은 금방이라도 교사들이 돌아올 것 처럼 꾸며져 있다. 11년이 된 대학 입시 자료와 문제집 등은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변색됐다.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과 선생님의 이름이 적힌 출석부도 교무실 한켠에 놓여있다.


전날 인천 연수구에서 이곳을 찾았던 시민 정모씨도 "(단원고와) 연고가 없음에도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라며 "당시 나도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큰 충격이었다. 다신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단원고는 2016년까지 학생들이 사용했던 2학년 교실과 교무실을 기억교실로 남겨두고 있다. 신입생으로 교실이 부족해진 단원고는 더 이상 기억교실을 운영할 수 없었지만 많은 시민과 유족은 교실을 남겨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여러 부처의 협력으로 기억교실은 이송 및 복원됐다. 2016년부터 시작된 작업은 2020년 12월에 종료됐다. 2021년부터 정식 개방된 기억교실은 국가 지정기록물 제14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