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오른쪽)과 오타니 쇼헤이.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김혜성(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서 그야말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공격과 수비, 주루 등 모든 분야에서 자신이 가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김혜성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의 홈 경기에서 9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5타석 4타수 4안타(1홈런) 3득점 2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김혜성은 이날 데뷔 2번째 홈런을 때렸다. 2회말 2사 2루에서 양키스의 두 번째 투수인 좌완 브렌트 헤드릭을 상대로 8구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우중간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타구는 쭉쭉 뻗어나가 비거리 412피트(약 125m), 타구 속소 시속 102.8마일(약 165.4㎞)의 대형 홈런이 됐다.

지난달 15일 애슬레틱스전에서 빅리그 데뷔 첫 홈런을 뽑아낸 데 이후 17일 만에 나온 아치였다.


특히 좌완을 상대로 홈런을 때렸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의 활약에도 좌완 선발이 나올 땐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하곤 했기 때문이다.

김혜성(26·LA 다저스). ⓒ AFP=뉴스1

김혜성의 활약은 계속됐다. 그는 5회와 6회엔 우투수를 상대로 결대로 밀어 치며 좌전안타를 생산했다. 두 장면이 리플레이처럼 보일 정도로, 가벼운 콘택트를 통해 비슷한 코스로 타구를 보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선 야수로 마운드에 오른 파블로 레이예스를 상대로 2루타를 때리며 자비 없는 타격을 선보였다. 이번에도 가볍게 밀어친 타구였다.

공격에서 파워와 콘택트 능력을 모두 보여준 김혜성은, 수비에서도 발군이었다.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3회초 무사 1,2루에서 요빗 비바스의 직선타를 그대로 잡아냈다. 이어 오버런한 2루 주자를 잡기 위해 그대로 몸을 내던지며 2루 베이스를 태그했고, 비디오 판독 끝에 아웃이 선언됐다. 김혜성의 빠른 판단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김혜성의 도움을 받은 다저스 선발투수 랜던 낵이 더그아웃에서 김혜성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6회부턴 중견수로 위치를 옮겼는데, 곧바로 존재감을 뿜어냈다.

선두타자 애런 저지의 타구가 좌중간 펜스를 직격했는데, 공을 잡은 김혜성은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2루로 뛴 저지를 저격했다.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보살이었다.

국내에선 주로 2루수로만 뛰었기에 '멀티 포지션'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었지만, 그는 빠르게 적응했고 이날 새 포지션에서 완벽한 수비로 활약했다.

1일(한국시간) 승리 후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김혜성(26). ⓒ 로이터=뉴스1

공, 수만큼은 아니었지만 주루 능력도 눈에 띄었다. 김혜성은 5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안타를 치고 나갔고, 이후 오타니 쇼헤이의 우전 안타가 나왔다.

빠르게 2루로 달리며 속도를 줄인 김혜성은 타구 위치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다시 속도를 내 3루까지 내달렸다. 순간적인 재치와 특유의 빠른 발이 어우러진 훌륭한 주루였다.

이날 다저스는 21안타를 뽑아냈고 김혜성 외에도 토미 에드먼이 4안타, 맥스 먼시는 7타점을 올리는 등 고루 활약했다. 하지만 9번타자 김혜성의 존재감은 절대 작지 않았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도 아낌없이 칭찬했다.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은 열정적이고 팀에 활력을 준다"면서 "오늘 홈런도 불리한 카운트에서 왼손 투수를 상대로 뽑아냈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수비에서도 좋은 어깨로 저지를 2루에서 잡아내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다재다능한 좋은 선수"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활약에도 '플래툰 시스템'은 계속된다. 2일 양키스의 선발이 좌완 라이언 야브로로 예고됐고,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은 내일 경기엔 뛰지 않고 다음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