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대 규모 대회인 '내셔널 타이틀' US 여자오픈(총상금 1200만 달러)의 주인공은 마야 스타르크(26·스웨덴)였다. 불과 1주일 전에 자신감이 바닥을 쳤던 그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 드라마를 썼다.
스타르크는 2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스타르크는 넬리 코다(미국), 다케다 리오(일본·이상 5언더파 283타) 등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통산 총상금이 280만 달러였던 그는 이 대회 우승으로만 240만 달러(약 33억 2000만 원)를 벌어들였다.
스타르크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그는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LET)에서 6승을 거둔 다크호스지만, LPGA투어에선 루키 시절인 2022년 ISPS 한다 월드 인비테이셔널 우승이 전부였다.
2022년 이후 성적은 지속해서 하향세를 그리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21개 대회에서 준우승 2번을 포함해 4번의 '톱10'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 대회 전까지 8개 대회에서 톱10이 한 번뿐이었다.

스타르크 스스로도 자신감을 크게 잃은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경기 후 "바로 지난주에 자신감이 바닥을 쳤다"면서 "그때 소중한 친구가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스스로를 믿어야 하고, 나 자신과 팀원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노력하려 했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힘을 냈지만, 그래도 당장 US 여자오픈의 우승을 노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였다.
스타르크도 "언제나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지만, 이곳엔 실력 있는 골퍼들이 정말 많다"면서 "솔직히 말하면 이번 주에는 우승할 것이란 생각을 못 했다"고 했다.
그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먼 훗날의 일로 느껴지던 것들"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스타르크는 3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켰지만, 마지막까지도 안심할 수 없었다. 세계랭킹 1위 코다와 '슈퍼루키' 다케다를 비롯한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셌기 때문이다.

그래도 침착하게 버텨냈다. 스타르크는 "경쟁자들이 나를 추월할 것만 같았다"면서 "그래서 17번홀까진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고, 침착하려 했다"고 했다.
스타르크가 느낀 압박감은 스코어카드에서 드러난다. 그는 16번홀까지 2언더파를 기록 중이었지만, 17번홀(파4)과 18번홀(파5)에서 연거푸 보기를 범했다. 그래도 후발주자와의 격차가 꽤 컸기에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스타르크는 이번 우승으로 스웨덴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그는 리셀로테 노이먼(1988년), 안니카 소렌스탐(1995, 1996, 2006)에 이어 스웨덴 선수로는 3번째로 US 여자오픈을 제패했다. 특히 '여제'로 군림했던 소렌스탐의 우승 이후 무려 19년 만에 스웨덴 출신의 US 여자오픈 우승자가 나왔다.
5대 메이저 대회로 범위를 넓히면 스웨덴 선수의 우승은 4년 만이다. 스타르크 이전 우승은 2021년 AIG 여자오픈을 제패했던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