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종전 80주년을 맞아 준비한 개인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는 쪽으로 논의 중이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이시바 총리가 일본 도쿄에서 쓰나미 경보 발령에 대해 연설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종전 80주년을 맞아 준비한 개인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일본 매체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29일 태평양전쟁 격전지였던 일본 이오시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전후 60년, 70년 등 시점마다 평화를 염원하며 다양한 형태로 메시지를 전했다"며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향한 생각을 담아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각의 결정이 필요한 정부 차원 '종전 80주년 담화'가 아닌 유력 전문가로 구성된 개인 자문기구를 설치해 제2차 세계대전에 이르게 된 경위를 검토하고 총리 개인 자격으로 메시지를 내는 방안이었다. 당시 발표 시점이나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오는 15일이나 일본이 항복문서에 조인한 다음달 2일에 문서 형태로 발표하는 방침이 검토됐다.

하지만 지난달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이 참패한 후 자민당 내에서 이시바 총리 퇴진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에 메시지 발표가 당내 보수파 반발을 추가로 불러올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이시바 총리 측은 개인 메시지를 발표하지 않는 쪽으로 조정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지금 시점에 역사 인식이라는 미묘한 주제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측근들에게 전달했다. 다만 "종전 80주년이라는 분기점에 총리를 맡고 있다는 의미를 잘 생각하고 싶다"며 가을 이후 당내 정세를 주시하며 검토를 이어 나갈 의향도 가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오랫동안 당내 비주류로 활동했고 역사의식도 비교적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