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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기아, 지난해 매출 114조원… 전년 대비 6.2%↑

작성자

최유빈 기자

조회수

1,133

작성일

2026.01.28 | 13: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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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 산업2부 차장

[데스크칼럼] 어설픈 선의의 규제가 소상공인만 잡는다

한국피자헛의 패소 이후 프랜차이즈 업계의 차액가맹금(유통 마진)이 마치 가맹점주를 착취하는 절대 악(惡)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마저 이를 구조적 문제로 규정하며 정률(매출 비례) 로열티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실정이다. 정률 로열티를 도입한 가맹본부에 평가 가점을 부여하는 식이다. 하지만 '차액가맹금은 나쁘고 로열티는 착하다'는 전제는 틀렸다.실상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로열티나 한국의 유통마진이나 가맹점의 부담은 도긴개긴이다. 미국의 가맹본사는 유통 마진을 받지 않는 대신 로열티 4~8% 외에 광고분담금, 시스템 이용료 등 각종 비용을 추가로 부과해 평균 12%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자체 매장 보유 브랜드의 경우 임대 수수료까지 추가돼 가맹점 부담 비용은 매출의 20% 안팎까지 올라간다. 한국은 로열티를 받지 않는 대신 필수 품목에 유통 마진을 붙이는 식으로 매출 대비 11~13%의 수익을 확보한다. 업계는 한국과 미국의 수익구조와 정서가 다르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은 햄버거처럼 조립식 조리 방식이 일반적이어서 표준화가 쉽다. 반면 한국 외식업은 양념 배합부터 물과 불의 조절, 복잡한 조리 과정까지 본사의 노하우 관리가 필수적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상황에서 가맹점주에게 로열티를 따로 걷는 것에 대한 정서적 저항감도 상당하다. 국내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 10개 미만인 브랜드가 72%, 100개 미만인 브랜드가 96%에 달한다. 이런 시장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미국처럼 로열티만 받으라"고 강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본사는 줄어든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미국처럼 운영지원비, 기술 사용료, 교육비 등 규제 밖의 새로운 명목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결국 가맹점은 로열티는 로열티대로 내고 추가 비용까지 떠안는 이중고에 갇힐 공산이 크다. 비용의 총량은 변하지 않고 이름표만 바뀌는 전형적인 '풍선효과'다.정부의 선의(善意)가 시장의 역습을 불러온 전례는 이미 차고 넘친다. 대표적인 것이 종이빨대 의무화다.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도로 시작됐지만 정부가 정책 방향을 오락가락하는 사이 펄프 가격 상승과 재고 부담은 고스란히 중소업체들의 몫이 됐다. 전통시장 살리겠다며 도입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최저임금 인상과 주휴수당 도입은 또 어땠나. 모두 의도는 좋았지만 시장은 다르게 반응했고 정책 실패의 비용은 소상공인, 파트타임 노동자 등 약자에게 전가됐다.차액가맹금 자체는 악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약속과 다른 방식으로 비용을 떠넘기거나 그 구조가 불투명할 때 문제가 된다. 정책이 개입해야 할 지점은 '수익을 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수익 구조가 투명한가'여야 한다.로열티냐 물류 마진이냐의 이분법으로 선악을 가르는 것은 잘못된 계산법이다. 제아무리 지구촌 시대라 해도 나라별로 시장 환경과 정서가 다르다. 선진국의 제도가 좋아 보인다고 해서 그들의 규제를 맥락 없이 이식한다면 또 하나의 정책 흑역사만 남길 뿐이다. '글로벌 표준'을 외치는 프랜차이즈 기업조차 해외에 진출할 땐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쓰지 않나.정책은 선의로 평가받지 않는다.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탁상공론에서 나온 이상적인 법이 아니라 우리 사회와 경제에 맞는 정교한 룰을 만들고 그 법이 현장에서 부작용 없이 작동하도록 지속해서 감시하고 교정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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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과 고요함이 가득한 겨울 산사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사색하기 좋은 공간이다. 사진은 김제 금산사 전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여행픽] 설경 속 산사의 정취… 템플스테이 명소

단풍의 알록달록한 풍경이 걷히고 눈 덮인 전각과 숲길만 남으면 사찰은 비로소 '머무는 공간'이 된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설경 속에서 따뜻한 차담을 나누다 보면 쉼 없이 흐르던 일상의 긴장은 어느새 온기로 녹아든다. 화려한 볼거리 대신 고요함이 주인공이 되는 겨울 산사는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하루의 속도를 늦추는 사색의 장을 제공한다. 한국관광공사가 겨울 여행의 정적인 묘미를 만끽하며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사찰 4곳을 소개했다.━김제 금산사 ━ 모악산 서쪽 자락에 자리한 백제시대 창건 이후 1400여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사찰이다. 정유재란 때 왜군의 방화로 모든 건물과 산내의 40여개 암자가 소실되는 등 수난을 겪었으나 재건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국보로 지정된 미륵전을 비롯해 지정문화재 10여점이 보존돼 지금까지 전해진다.호남평야를 내려다보는 지형적 특성과 오랜 세월을 견뎌온 역사가 공존해 계절마다 많은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봄철 산 입구에서부터 늘어선 벚꽃의 활기 대신 겨울에는 전각마다 내려앉은 정적인 풍경이 그 자리를 채운다. 모악산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설경은 사찰 내부와 조화를 이루며 겨울철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한다. 하얀 눈을 머금은 산사의 전경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려는 방문객에게 고요한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부안 내소사━ 백제 무왕 34년(633년)에 혜구두타가 창건한 사찰로 본래 소래사로 불렸다. 조선 인조 11년(1633년) 청민 대사가 중건한 대웅보전은 정교한 다포 양식과 꽃문살 조각으로 당시의 뛰어난 조각 기술을 보여준다. 경내에는 고려동종, 법화경절본사경 등 다수의 보물과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재인 설선당, 삼층석탑이 보존돼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일주문에서 시작되는 600m의 전나무 숲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겨울철이면 전나무 가지마다 쌓인 눈은 숲 전체를 은빛 터널로 변모시키며 사찰 특유의 평온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침엽수림 사이로 지나는 바람 소리와 눈 밟는 소리만 들리는 환경은 도심의 소음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하얀 눈을 머금은 전나무 숲길과 고찰의 조화는 1월의 한파 속 자연의 정취를 직접 체감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강화 전등사━ 서기 381년 창건돼 현존하는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고려 시대 정화궁주가 옥등을 시주한 것을 계기로 현재의 명칭을 갖게 됐다. 조선 시대에는 왕조실록을 보관하는 정족사고가 경내에 설치됐으며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을 격퇴한 양헌수 장군의 승전비가 자리하는 등 국난 극복의 역사를 품은 호국불교의 근본 도량이다. 산세와 어우러진 탁 트인 전경이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반려견 동반 산책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성곽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 덕분에 겨울철이면 산사와 요새의 정취를 동시에 자아낸다. 삼랑성 성벽을 따라 내려앉은 눈은 고찰의 빛바랜 단청과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 고요함을 선사한다. 지혜의 등불을 전한다는 사찰의 명칭처럼 한파 속 성벽 안의 아늑한 공간은 일상의 피로를 덜어내고 마음의 여백을 채우기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평창 월정사━ 신라 선덕여왕 12년(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국보 '팔각구층석탑'을 비롯해 보물인 석조보살좌상, 목조문수동자좌상 등 수많은 문화재가 보존돼 천년의 세월을 대변한다. 불교 성지로 꼽히는 오대산의 깊은 산세와 어우러져 예로부터 마음을 닦는 수행처로서의 권위를 인정받아 왔다.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전나무 숲길은 겨울 산사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소다. 1700여그루의 전나무 가지마다 눈꽃이 쌓이면 숲은 은빛 터널로 변모한다. 한파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전나무 숲의 설경은 방문객의 시선을 정화한다. 평탄한 숲길은 도보로 20분이면 둘러볼 수 있어 한파 속에서도 가벼운 산책이 가능하다. 산책 후 사찰 입구 전통찻집에서 마시는 차 한 잔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여행객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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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버터의 풍미와 다양한 재료 조합으로 사랑받는 구움 과자 맛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과자방의 마들렌 쇼케이스. /사진=다이어리알

[맛집로드] '두쫀쿠'에도 변하지 않는 선택 '구움 과자'

카페나 디저트 가게 쇼케이스에서 자주 마주치는 마들렌과 휘낭시에는 고소한 버터 풍미와 다양한 재료 조합으로 사랑받는 디저트다. 이들 제과는 '구움 과자'로 분류된다. 오븐의 열로 반죽을 익혀 완성하는 제과를 뜻한다. 일반적인 빵과 달리 효모(이스트)를 이용한 발효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반죽 후 즉시 또는 짧은 휴지 과정을 거쳐 바로 구워낸다. 밀가루, 버터, 설탕, 달걀 본연의 풍미를 굽는 과정에서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구움 과자는 재료 선택과 배합, 반죽 온도, 굽는 시간과 휴지 과정이 결과를 좌우한다. 이 때문에 제과사의 기술과 철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디저트로 꼽힌다. 화려함보다 반복해서 먹을 수 있는 균형을, 즉각적인 단맛보다는 여운을 남기는 풍미를 중시한다. 같은 구움 과자라도 매장에 따라 조직감과 향, 단맛의 설계가 분명히 갈리는 이유다.대표적인 종류로는 조개 모양 틀에 구워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인 '마들렌'(Madeleine), 태운 버터를 사용해 고소한 풍미로 금괴 형태로 구워내는 '휘낭시에'(Financier), 겉은 캐러멜화돼 단단하고 바삭하며 속은 쫀득한 반전 식감의 '까눌레'(Cannelé), 밀가루· 버터· 설탕· 달걀을 넣어 만든 묵직하고 밀도 높은 케이크인 '파운드케이크' 등이 있다.━과자방━ 서울 마포구 대흥역 인근 골목에 자리한 '과자방'은 소박한 이름과 달리 지극히 현대적이고 치밀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공간이다. 유럽 정통 레시피에 한국적 감각을 더해 구움 과자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과자방은 강현지, 정용현 두 명의 전문 파티시에가 2019년부터 함께 운영 중이다. 2024년에는 그간의 노하우를 담은 책 '당신의 5년을 절약할 구움 과자의 기술'을 출간했다. "단 한 입의 디저트만 허락된다면 가장 맛있는 것을 드리고 싶다"는 이들의 말처럼 재료 선별부터 반죽 온도, 굽는 시간까지 타협은 없다. 이런 원칙 덕분에 과자방은 마포 본점을 넘어 온라인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전국적인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매일 새벽 인근의 작업실에서 구워내는 마들렌과 갸토(세밀한 공정으로 완성하는 구조적인 케이크류)는 이곳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특히 직접 디자인해 특허까지 출원한 조개 모양 마들렌은 매장 전반의 상징이다. 문고리, 조명 등 매장 곳곳에서도 이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프랑스산 최고급 버터와 스위스산 커버춰 초콜릿 등 프리미엄 재료로 기본 8종의 마들렌과 5종의 피낭시에를 선보인다. 이곳의 마들렌은 반죽의 글루텐을 섬세하게 조절해 배꼽 부분이 통통하고 조개 윤곽이 또렷한 게 특징이다. 프랑스 이즈니 버터로 구운 기본 마들렌부터 진한 말차향이 특징인 '유기농 제주 말차 마들렌', 헤이즐넛과 초콜릿이 혼합된 잔두야 베이스의 '에스프레소 잔두야 마들렌', 국내산 메밀쌀과 수제 캐러멜, 통밀을 사용한 '메밀피칸 마들렌' 등 다양한 조합을 경험할 수 있다. '소금초코 휘낭시에'도 이곳을 대표하는 메뉴다.높은 완성도의 쁘띠 갸또에는 계절의 감각이 담긴다. 제철 딸기와 라임,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빈 무스를 조합한 '딸기파이'와 햇밤으로 만드는 진한 밤맛의 몽블랑 '하얀산'은 계절 한정 메뉴다. '타히티 바닐라빈 타르트'는 시그니처 디저트 중 하나로 초콜릿, 캐러멜 등의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한다. ━파티스리 데시데━ 서울 북촌, 경복궁 인근 골목에 위치한 파티스리 데시데는 프렌치 파티스리 기법을 기반으로 정교한 디저트를 선보이는 곳이다. 계절과 재료에 맞춰 구성된 구움 과자와 무스, 타르트 등은 맛과 시각적 완성도를 동시에 추구한다.마들렌과 휘낭시에 같은 클래식 메뉴는 촉촉하고 균형 잡힌 식감으로 완성도를 증명한다. 특히 '소금 초콜릿 휘낭시에', '레몬 마들렌' 등 섬세한 풍미 조합의 메뉴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완성도 높은 디저트 경험을 제공해 티타임과 선물용으로 찾는 이들이 많다.━바닷마을과자점━ 부산 광안리 인근에 있는 바다의 정취를 담은 프랑스식 구움 과자 전문점이다. '파리광안리'라는 이름의 파리브레스트와 '생토노레' 등 쁘띠 갸토를 비롯해 휘낭시에, 갈레트, 까눌레 등 다양한 구움 과자를 선보인다.바닷마을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배 모양 마들렌은 이곳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깊은 버터 풍미와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레몬 글라세, 홍차 글라세, 피스타치오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두두━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조용한 골목에 자리한 파티스리로, 주말 이틀만 문을 연다. 르꼬르동블루 출신의 곽다영 오너 셰프가 운영한다. 매장 안쪽 작업 공간에서 갓 구운 수준급 디저트를 선보인다.재료의 본질에 집중한 프렌치 구움 과자와 비에누아즈리, 디저트에 커피와 차를 곁들인다. 부드러운 치즈 크림을 떠먹는 듯한 라즈베리 크렘 당쥬가 대표 메뉴다. 오렌지 얼그레이 마들렌, 프렌치 바닐라 마들렌 등은 밀도 있고 촉촉한 식감이 특징이다. 방문 전 인스타그램으로 그날의 라인업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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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읽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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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아케이드 프로젝트 대표

[김영태의 읽는 인간] ⑧ 취향은 배신하지 않는다 - 프루스트의 감각과 무너지지 않는 나만의 루틴

1월은 '의지의 과부하'가 걸리는 달이다. 세상은 온통 "결심하라"는 명령어로 가득 차고, 사람들은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쓰듯 비장한 각오를 쥐어짜 낸다. 하지만 단언컨대, 머리로 세운 결심은 몸의 관성을 이기지 못한다. 결심이 무너지는 것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결심 자체가 원래 그렇게 설계된 연약한 유구(遺構)이기 때문이다.우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비장한 각오가 아니라, 몸에 새겨진 취향이다. 습관이라고 해도 좋다. 1월에 우리가 세워야 할 것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나를 나답게 유지해 주는 사소하지만 단단한 '감각의 의식(Ritual)'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의지보다 강한 감각의 기억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인간을 움직이는 진짜 동력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주인공을 거대한 과거의 기억으로 데려간 것은 "과거를 기억해 내겠다"는 의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우연히 입안에 들어온 차 한 모금과 마들렌 한 조각의 촉각이었다.파스칼 메르시에(Pascal Mercier)의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역시 비슷한 진실을 말한다. 평생을 고전문헌학자로 살던 그레고리우스가 안락한 삶을 버리고 리스본으로 떠난 것은 위대한 결단 때문이 아니었다. 비에 젖은 포르투갈 여인의 매혹적인 음성, 그리고 우연히 손에 든 낡은 책 한 권의 촉감. 그런 것들이 그의 일상을 뒤흔들었을 뿐이다.소설은 묻는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중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한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우리의 실제 생활도 마찬가지일거다. 작은 것이 감각을 만든다. 감각이 전체가 된다. "올해는 매일 운동하겠다"는 결심보다, 운동화를 신을 때 발끝에 닿는 단단한 감촉이나 새벽 공기의 서늘한 감각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훨씬 강력한 힘이 된다. 의지는 배반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즐거움은 배반하지 않는다. 우리의 1월이 억지로 자신을 개조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어떤 감각에 반응할 때 가장 평온하고 단단해지는지 관찰하는 시간이어야 하는 이유다.■ '의식'을 설계하기어느 작가는 매일 아침 책상을 닦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거창한 집필 계획을 세우는 대신, 물걸레가 책상 위를 지나가는 그 서늘한 감각을 느끼며 '쓰는 몸'을 깨우는 것이다. 결심이 아니라 의식(Ritual)이다. 의식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몸이 먼저 반응하게 만든다.1월의 다이어리에 적어야 할 것은 성취해야 할 숫자가 아니라, 내가 반복할 '동사'들이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을 마시는 감각", "잠들기 전 시집 한 권을 무작위로 펼치는 손맛". 이런 사소한 취향의 조각들이 모여 일 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티게 하는 성벽이 된다. 목표라는 이름의 깃발은 바람에 쉽게 꺾이지만, 취향이라는 이름의 뿌리는 태풍 속에서도 흔들릴지언정 뽑히지 않는다.■ 취향이 곧 존재다취향은 사치스러운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유일한 영토다. 1월에 남들이 선망하는 목표를 내 계획표에 옮겨 적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영토를 침범 당한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다.진정한 시작은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존재하던 선한 취향들을 복원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2월의 '보폭'을 고민하기 전, 그리고 3월의 '침묵'으로 들어가기 전, 우리는 1월의 한복판에서 나만의 '감각적 방어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무너지지 않는 루틴은 의지가 아니라 당신의 취향에서 나오므로.■ 다시 당신의 1월에게 묻는다지금 당신의 계획표에 적힌 것들 중, 당신의 '몸'이 진심으로 즐거워하는 것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 혹시 '해야 한다'는 당위의 감옥에 갇혀, 당신만의 고유한 감각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결심이 무너졌다고 자책하기 전에, 당신을 다시 일으켜 세울 나만의 사소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가.1월은 자신을 채찍질하는 달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잘 대접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거창한 성공의 서사보다, 오늘 당신의 손끝에 닿는 책장의 감촉이나 커피 잔의 온기에 더 집중해 보자. 그 사소한 감각들이 모여 비로소 당신의 일 년이 완성될테니까.내게도 똑같은 주문을 건다. 세상이 강요하는 '성공의 문장'이 아니라, 내 영혼의 결에 맞는 '취향의 문장'을 찾아내고자 한다. 그 문장들이 무너지지 않는 나의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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