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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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을 믿고 거액을 투자한 이들이 회사와 계약을 맺은 투자권유대행인의 사기 행각에 투자금 대부분을 날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일부승소판결까지 받았지만 돈을 돌려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 사기에 관련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2008년 삼성증권과 투자권유대행인 위탁계약을 맺은 A씨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고객 16명을 상대로 32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이다 사기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서 최근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삼성증권 OO 지점에 근무하고 있다”, “삼성증권이 투자금 100%를 보장해 준다”, “연간 10~2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등의 거짓말을 했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돈을 자기 명의의 계좌로 받았다.


A씨는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계속 모집했는데, 초기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부족한 수익률은 새로운 피해자의 돈을 받아 채우는 ‘돌려막기’ 방식으로 자금을 운영했다. 결국 A씨는 투자금 관리가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렸고 사태를 파악한 피해자들이 A씨를 신고했지만 투자금 중 32억 중 6억원만 되돌려받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A씨와 삼성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다만 실질적인 피해구제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삼성증권으로부터 투자금을 배상받지 못한 이유는 A씨가 투자권유대행인이라는 데 있다. 투자권유대행인이란 금융 전문지식 등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자다. 금융투자회사의 위탁을 받아 금융투자상품 판매 시 중개 업무만 수행한다.


문제는 투자권유대행인을 관리하는 법제도가 허술하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선의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투자권유대행인 스스로가 투자자에게 대행인이라는 사실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대행인이 금융회사 대신 금융상품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금융투자회사에도 투자권유대행인이 투자권유 업무를 대행할 때 법과 절차를 준수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권유대행인이 유치한 투자금이 회사 수익과 직결되고 개인이 투자받아 운용한 자금에 대해선 사실상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감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삼성증권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회사가 피의자 A씨의 일탈 행위를 미리 확인하기 어렵고 의도적으로 방조하지도 않았다고 본 것이다.

실제 A씨와 피해자 사이에 작성된 동의서에 ‘투자권유대행인인 A씨는 고객으로부터 금전, 증권 그 밖의 재산을 수취할 수 없으며 회사가 직접 수취한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재판과정에서 삼성증권을 믿고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일반인들은 관련 법리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현행법상 유사한 사기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 직접 자기 계좌로 돈을 받아 운용한 경우 회사에서 알거나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현행법상 금융거래 정보는 개인정보 등의 이슈로 접근이 사살상 불가능 하다”고 설명했다.

한 투자자는 “보통 대형 증권사 직원을 곧 해당 증권사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상품 뿐 아니라 투자 채널에 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지난 1월31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원심인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