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창고형 할인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국내에는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다. 롯데도 창고형 매장인 빅마켓을 선보였지만 내수 불황 등으로 올해까지만 운영할 예정이다.
단 두 곳 뿐인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 양강 구도를 보이는 이들이지만 최근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코스트코를 뛰어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지면서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코스트코 PB 성공신화 본 트레이더스 “질 수 없다”
![]() |
코스트코의 대표적인 PB 브랜드는 커클랜드다. /사진=코스트코 홈페이지 캡처 |
코스트코 상봉점에서 마주친 주부 나송순씨(57·여)는 “커클랜드 생수 때문에 코스트코에 방문한다”며 “제품 가성비가 뛰어나고 양도 많아서 지금처럼 불경기에 소매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을 사는 것보다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이득을 보는 건 시민뿐만이 아니다. 기업도 PB 브랜드를 통해 수혜를 얻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등은 PB 성장 전략을 눈여겨본다”며 “PB상품을 통해 매출을 올리면 마진이 좋아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수익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달 자사 PB상품인 티 스탠다드를 론칭했다. /사진=이마트 제공 |
코스트코의 PB 성장 신화를 지켜보던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이런 전략을 답습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달 기존 PB상품인 ‘트레이더스 딜’에 이어 ‘티 스탠다드’를 론칭했다. 트레이더스는 생필품과 트렌드 상품 등 각종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품목을 티 스탠다드로 개발할 방침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티 스탠다드는 수많은 상품 선택지 속에서 고객이 고민하지 않고 쇼핑카트에 담을 수 있는 상품”이라며 “트레이더스의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매출 1위 코스트코 vs 매장 수 1위 트레이더스
![]() |
코스트코코리아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연매출 상승세를 기록했다. /사진=로이터 |
연매출만 보면 코스트코가 앞서있다. 하지만 트레이더스의 연매출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에 양측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에 따르면 트레이더스는 올 상반기 매출만 1조3326억원이다. 남은 하반기 매출을 상반기와 비슷하게 잡아도 지난해 연매출 2조3371억원보다 1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점포 수 부문에서 코스트코를 앞질렀다. /사진=이마트 제공 |
물론 영업이익의 70% 이상이 회원들의 연회비 수입인 코스트코에게 타격이 될만한 문제는 아니다. 코스트코는 당초 상품 판매로 수익을 늘리는 구조가 아닌 회원권 유지와 신생 회원 잡기를 통해 영업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즉 코스트코 제품에 만족하는 회원이 많을수록 이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이는 점포 수와 큰 관련은 없어 보인다.
다만 트레이더스는 국내 기업이 만든 매장인 만큼 국민 정서에 맞춘 제품을 내놓으면서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만들고 있다. 각 지역으로 점포를 확장해 언제든 코스트코 고객을 트레이더스로 이끌겠단 전략이다.
코스트코 강점을 ‘약점’으로 만든 트레이더스
![]() |
코스트코는 연간 회원비를 내야 하며 1국가1카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연간 회원비 3만8500원을 내는 코스트코는 회원권이 없으면 이용하지 못한다. 또 1국가1카드 원칙인 코스트코는 현재 현대카드 혹은 현금 아니면 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코스트코는 가맹계약을 맺은 카드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해당 카드사의 카드만을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도록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를 낮춰 제품가격을 인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전 카드사 이용이 가능하며 신세계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사진=이마트 제공 |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결제 할인 쿠폰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트레이더스 클럽 회원의 특권이다. 무료 멤버십 클럽을 통해 코스트코 고객을 유입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원제를 손해라고 보는 소비자는 자연스레 트레이더스로 구매처를 전환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서 교수는 “회원권을 도입한 코스트코는 어떻게 보면 미국의 철학을 그대로 지켜왔다”면서 “트레이더스는 이를 한국인 정서에 맞게 만들어 고객 유치에 더 좋은 조건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가성비를 잡은 창고형 할인매장이라는 강점에서 이미 대형마트를 앞지른 트레이더스가 국내에 있던 1세대 코스트코를 뛰어 넘으면서 유통업계를 지휘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