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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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500여채를 갭투자로 매입, 300억원에 가까운 보증금을 편취한 이른바 '세 모녀 먹튀' 사건과 속칭 '빌라왕' 사건의 공통점은 전세 사기로 세입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깡통전세나 무자본 갭투자 등으로 인한 전세사기가 판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전세사기로 인한 세입자 피해 방지를 위해 전담수사본부를 설치, 운용하고 있다. 떄에 맞춰 대검찰청도 지난 7월 전국 일선 검찰청에 전세보증금 사기범죄에 엄정 대처토록 지시하고 기망수법이 계획적이고 피해 정도가 큰 전세사기 범죄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구속수사키로 했다.


서울시내 외곽뿐 아니라 인천과 경기 일대 신축빌라나 원룸·투룸이 많은 곳에선 지역 공인중개사 사무소들이 신규분양이나 전세 중개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자칫 세입자들이 보증금 등을 떼이는 중개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서다.

깡통전세란 전세 보증금이 해당 집값과 여타 채무의 차액을 초과한 상태로 경매로 넘어간다면 보증금을 떼이게 되는 주택에 전세를 든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전세가격이 매매가에 근접하거나 같은 수준 이상일 정도로 높아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전세다.

무자본 갭투자 역시 전셋값이 매매가보다 비슷하거나 높을 때 등장하는 투자방식이다. 전셋값 상승기에 발생하는 투자 형태로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높은 빌라에서 주로 나타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써 신축빌라를 지어 분양을 예정하고 있는 시행자나 건축주도 손해가 막심하다. 속히 분양을 마쳐야 함에도 이를 중개할 시장이 사실상 사라지는 것이다. 전세사기에 등장할 수 있는 인물은 피해자인 세입자, 소유자인 임대인,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 그리고 예외적인 경우에서 건축주 정도다.

신축 빌라를 완공하고 나면 건축주는 분양에 나서야 한다. 공인중개사로부터 세입자를 소개 받아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곧이어 이른바 바지사장인 임대인에게 빌라를 매각하는 방식이 많다. 세입자는 단순히 집 주인이 바뀐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중에 자신이 사는 빌라의 전세가가 매매가 보다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의의 건축주 입장에선 공인중개사가 높은 가격에 전세를 놓게 해주고 나중엔 매도까지 중개해 준다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임대인은 자신의 명의로 수많은 빌라를 사들이면서 막대한 채무, 즉 임대차 보증금까지 떠안게 되는데 임대인 혼자 이 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즉 임대인도 다주택자가 됨에 따라 각종 세제와 제도상 불이익을 입게 되는데 이를 자처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최근엔 '빌라왕'으로 불린 인물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임대인들도 발생하고 있다.

전세사기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 특히 임대인의 경우 자신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줄 능력이 없음을 알면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면 사기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공인중개사도 전세가가 매매가 이상이고 임대인이 전세사기를 행하려는 의도를 알고도 협조했다면 사기의 공범 내지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깡통전세를 피하기 위해선 신중하라는 경고밖엔 없는 실정이다. 깡통전세의 경우 아직 시세가 형성되지 않은 신축빌라를 위주로 발생한다. 빌라는 구축이든 신축이든 실거래가 확인이 어려우니 빌라는 일단 피하고 보는게 낫다. 하지만 아파트의 전세가는 여전히 비싸다. 그렇다면 과거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고 시세가 남아있는 비교적 구축빌라를 선택하는 게 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