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발표한 VIP리포트 '환경과 산업을 함께 살리는 신(新)에너지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 전기 계량기 모습. /사진=뉴시스

기후위기 대응과 제조업 경쟁력 유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한국형 에너지전환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2일 발표한 VIP리포트 '환경과 산업을 함께 살리는 신(新)에너지전략'에서 "전기요금 인상과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고려한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75.8% 급등했으며 이는 반도체·철강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태양광 설치비는 중국보다 1.8배 높고, 풍력 기술 수준도 최고국 대비 76% 수준에 머문다. 공급보다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의 전력망 병목현상, ESS(에너지저장장치)·스마트그리드 등 유연성 전원의 부족도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혔다.

연구원은 이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으로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한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계통연계 지연 해소와 출력 제한 방지를 위해 전력망, ESS, 양수발전 등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저효율 설비 퇴출과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보급 등을 통해 수요 측면 효율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 확보와 민간 투자 유인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형 밸류체인을 구축해 기술기반 산업 모델을 키우고 인허가 간소화, 금융 접근성 제고, 계통연계 비용 개선 등을 통해 민간 기업들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밀집된 지역에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해 '근접 생산·소비 구조'를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셋째, 천연가스를 재생에너지 보완 자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배관망에 제3자 접근권(TPA)을 보장하고 공정한 공동이용제도를 도입해 민간 발전사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전기·가스·열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에너지 통합 거버넌스' 구축과 함께 장기계약과 스팟 계약 병행으로 연료비 변동성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째, 전력시장 구조 개편을 통한 효율성 제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전원가와 탄소비용을 반영한 도매시장 도입, 수요반응시장(DR) 확대, ETS·탄소세와의 연계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에 시장 기반 가격 신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장우석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은 지금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갈림길에 있다"며 "현실적이고 유연한 에너지 전략 없이는 제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