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을 1400원 내외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관세 갈등과 한국의 대미 투자 협상의 교착 상태가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5.4원 내린 1431.7원을 기록했다. 이날은 소폭 하락했으나 지난 23일에는 장중 1441.5원까지 올라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리는 한 요인이라고 짚었다. 오 단장은 "한국 원화 경우 일본과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중국은 경기둔화가 발생해 위안화가 살짝 약해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집권으로 시장에선 엔저가 전망된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대미투자 협상 교착 상태를 언급하며 이 역시 원화 약세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관련해 "투자방식, 투자 규모, 일정, 손실 공유 방식, 배당 분배 등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말 큰 틀의 상호 관세 협상을 타결했으나 관세 협상의 핵심 사안인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 내용을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10월 초 미국 측이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협상이 급물살을 탔으나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오 단장은 "이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대미 투자, 미·중 관세 갈등 해소 등이 명확해지면 환율이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한미 관세 협상이 잘 될 경우 하향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관세 협상이 되면 환율을 밑으로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관세를 아직 25%를 내고 있는데 15%를 내는 좋은 방향으로 가면 분명히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등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1420원에서 1430원대로 등락이 예상된다"며 "대미 투자 관련 상방리스크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미 투자 관련 세부 사항이 결정된 바가 없어 현재 레벨에서 협상 추이를 주시하며 한동안 등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국내 요인 외에도 미·중 관세 협상이 원화에 추가적 변동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환율이 현재 레벨에서 추가 상승하면 1450원대, 그리고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고점이었던 1480원대까지 다시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시장 유입은 원화 강세 요인이나, 대미 3500억달러 투자에 대한 우려가 커 외환시장 불안심리가 높고 환율 상방 압력이 우위라고 판단한다"며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합리적 합의 도달 가능 여부가 환율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합의가 합리적 수준에서 이뤄지면 원/달러 환율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거주자의 해외투자에 더해 대미 투자 펀드로 인한 달러화 수요 증가가 불가피해 중기적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 하방은 지지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