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구미공장에서 신라면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고현솔 기자

"스마트 팩토리가 지금은 보편화된 개념이지만 이 공장이 지어질 때만 해도 용어 자체가 없었습니다. 제조 공장에서 많이 도입된 시스템들을 상당히 일찍 도입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만난 김상훈 공장장은 생산 현장을 소개하는 내내 '첨단 기술'을 강조했다.

지난 7일, 수많은 신라면 봉지가 기계 위를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은 농심 구미공장이 국내 최대 라면 생산공장임을 실감케 했다. 제조와 포장, 출하가 '원스톱'으로 이뤄졌고 제조 공정은 모두 자동화돼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제품이 완성됐다.


1990년 9월 설립된 농심 구미공장은 여러 첨단 기술과 설비를 갖춘 농심의 첫번째 스마트팩토리로 자동화율이 90%에 달한다. 1999년 신공장으로 전환하며 첨단 생산 설비를 갖췄고 현재 8개 산업용 다관절 로봇과 자체적으로 개발한 8종류의 AI 기술이 46개 공정에 적용됐다.

밀가루가 라면으로 완성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5분이면 충분했다. 소맥분과 배합수를 혼합해 형성된 반죽을 꼬불꼬불한 면으로 만드는 '배합·압연·절출', 면을 한번 찐 후 일정한 크기로 자르고 틀에 담아 동그란 모양을 만드는 '증숙·커팅 및 성형', 원형의 면을 기름에 튀긴 후 식혀 분말스프, 후레이크와 함께 포장하는 '유탕·냉각·포장' 등 8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사람의 손길은 거의 닿지 않았다.

1분에 최대 600개의 신라면이 생산되는 고속라인에는 농심이 업계 최초로 적용한 AI 기술인 '사물인식 프로그램'이 적용됐다. 사물을 시각적으로 인식해 데이터화하는 해당 프로그램은 포장 결함이나 중량 편차 등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AI 기반 검사 시스템은 제품의 인쇄 상태, 포장 패턴, 면의 굵기 등 세부 요소를 스스로 학습하면서 오류를 줄이고 제품별 기준을 정교하게 유지한다.


김 공장장은 "고속화된 설비로 생산 효율을 높였고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컴퓨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아 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빠른 포장 속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러를 예방하고자 포장 상태 검사 자동화를 시켰고 위생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AI 기술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농심 구미공장이 매일 생산하는 봉지면과 용기면은 600만개에 이른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신라면의 75%가 이곳에서 탄생한다. 내수 물량을 주로 담당하는 곳이었으나 전 세계적인 K라면 인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해외 물량 생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 생산금액은 8442억원으로 2028년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공장장은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500만명 정도로 대구·경북 시민들이 매일 먹을 수 있는 제품을 하나씩은 생산하는 셈"이라며 "최근 들어 수출 물량도 확대하면서 연평균 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