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상가 건물 사이 한산한 거리에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음악이 퍼지며 구도심이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 7일 오후 2시 경북 구미역 일대는 '구미라면축제'를 찾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방문객들은 농심의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해 투명 비닐백에 담아 메고 다녔고 라면으로 만든 이색 요리를 맛보거나 곳곳에서 열리는 이벤트에 참여하며 축제를 즐겼다.
농심의 국내 최대 라면 공장이 구미에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전국 최초로 열린 구미라면축제가 올해로 4회째를 맞았다. 9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 '오리지날'로 구미역 일대를 475m 길이의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 콘셉트로 꾸며 라면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농심 '갓 튀긴 라면', 하루 만에 10만개 팔려
농심은 올해 축제장 입구에 단독 부스를 마련해 국내 및 글로벌 출시를 앞둔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과 대표적인 프리미엄 상품 '신라면 블랙' 시식 행사를 진행했다. 각종 참여형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며 축제에 열기를 더했다.
축제 현장에서는 농심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된 '갓 튀긴 라면'을 판매하는 부스가 운영됐다. 오전부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지면서 첫날에만 10만여개의 갓 튀긴 라면이 판매됐다.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한 이재윤(25·서울)씨는 "축제에 왔으니 추억도 남겨보고 싶고, 가격도 저렴해서 하나 샀다"며 "라면을 활용한 이색적인 음식들도 많고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아 재미있게 축제를 즐겼다"고 전했다.
구미라면축제는 지난해 약 15억원 규모의 소비 창출 효과를 거두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첫해인 2022년 1만명이었던 방문객 규모는 지난해 총 17만명으로 늘었다. 구미 인구(40만)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로 이들 중 48%는 외지인이었다. 올해도 첫날 9만명이 넘는 인원이 방문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기업과 지자체의 협력으로 지역 상권이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주민들은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김경원(60·구미)씨는 "남녀노소 구별 없이 많은 사람이 오니까 거리에 활력이 넘친다"며 "오래간만에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미 경제가 침체돼 있었는데 축제를 하면서 좀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구미는 산업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제조업이 해외로 나가면서 정체된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라면축제를 개최하게 됐다"며 "갓 튀긴 라면을 활용한다는 점과 도심 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성공 요인으로 (생산공장이 없는) 다른 지자체에서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라면 활용한 이색 요리 판매… 외국인 겨냥 프로그램도
축제에서는 '구미한우파불고기김치라면', '훈제삼겹생크림라면', '장어탕면' 등 지역 셰프들이 농심 제품을 활용해 만든 이색 요리를 판매하는 레스토랑이 운영됐다. 올해부터는 다양한 라면을 맛보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반 개만 제공하는 '반띵라면' 콘셉트도 도입했다. 수많은 방문객이 축제장을 찾았지만 키오스크 및 부스마다 부착된 QR코드로 먹고 싶은 라면을 주문할 수 있어 대기 줄은 길지 않았다.
K라면의 글로벌 인기에 맞춰 외국인을 겨냥한 이벤트도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주제로 한 포토존이 설치됐고 '글로벌 라면요리왕 대회', '케데헌 면치기 대회' 등 여러 프로그도 진행됐다.
글로벌 라면요리왕대회에서 3등을 수상한 카이 포(23·미얀마)씨는 "평소에 너구리 같은 한국 라면을 즐겨 먹는다"며 "요리대회 소식을 듣고 고향에서 해 먹던 라면이 생각나 한번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가 열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이 모일 줄은 몰랐다"며 "대회도 끝났으니 곳곳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