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계약 만료를 앞둔 5000여개 편의점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가맹본부는 다양한 상생 카드로 새 점주 모시기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올해 계약 만료를 앞둔 5000여개 편의점들이 매물로 나오면서 가맹본부는 다양한 상생 카드로 새 점주 모시기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제로섬 게임’ 편의점 가맹점 쟁탈전 뜨겁다
② 세(勢) 불렸지만… 편의점 전성시대의 이면
③ 늘어나는 무인점포, 어디까지 왔나

올해 계약 만료를 앞둔 5000여개 편의점들이 매물로 나올 예정이다. 가맹본부는 새 가맹점주를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상생안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만 현장에선 가맹본부를 향한 불편한 시선도 감지된다. 최근 가맹본부의 전체 매출은 늘어난 반면 가맹점 매출은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편의점 가맹점 재계약 시즌이 본격 개막했다. ‘가맹점주 모시기’가 여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가맹사업정보제 공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5000 여개 편의점이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출점 제한에 ‘가맹점주 모시기’ 치열

빅4 편의점 가맹점 수 및 가맹점사업자 평균 매출액 현황. /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
빅4 편의점 가맹점 수 및 가맹점사업자 평균 매출액 현황. /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
편의점 업계는 상대가 얻는 만큼 내가 잃는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구조다. 전체 점포 수라는 ‘링’ 안에서의 혈투다. 가맹본부 입장에서 개별 가맹점의 수익을 극대화하기는 쉽지 않다. 로열티로 고정금액을 받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점포 수 확대’라는 양적 성장에 집중한다.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 수는 5만여개에 육박한다. 점포 수가 많은 국내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CU(1만5800여개) ▲GS25(1만5500여개) ▲세븐일레븐(1만1100여개) ▲이마 트24(5900여개) ▲미니스톱 (2600여개) 순이다. 최근 세븐 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3강 체계는 더욱 굳혀진 모양새다.

점포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과당경쟁으로 인해 점포당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년간 GS25 등 ‘빅4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평균 매출 액은 27% 증가한 데 반해 가맹점 평균 매출액은 5%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관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인천남동을)이 공정위로부터 받은 ‘빅4 편의점 가맹본부 매출액 및 가맹점 매출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맹본부의 평균 매출액은 2016년 16조586억원에서 2020년 20조4316억원으로 4조3729억원(27.2%) 증가했다. 반면 가맹점 사업자의 평균 매출액은 20억8700만원으로 2016년(22억원) 대비 5.1%(1억1300만원) 줄었다. 윤 의원은 “편의점의 공세적 점포 수 확장으로 점주들이 과다출혈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빛좋은 상생안? “운영 개선책·소비자 만족도 높여야

CU와 이마트24는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공정거래협약 가맹분야 이행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사진=CU
CU와 이마트24는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공정거래협약 가맹분야 이행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사진=CU
편의점의 매출·수익은 점포가 들어선 상권에 따라 결정된다. 계약만료 점포를 유치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최근 편의점 점포 간 출점 거리를 제한하는 자율 규약이 3년 연장됐다. 해당 규약으로 각 편의점이 위치한 50~100m 거리 이내에 새로운 점포가 들어설 수 없다. 신규 출점이 막힌 탓에 가맹본부는 재계약 과정에서 ‘간판 뺏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규 점포 확장이 막히자 편의점 업계는 앞다퉈 상생안을 내놨다. GS25는 가맹 재계약 지원금을 확대 하는 18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제시했다. CU는 신상품 도입 지원금 신설 등 20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각각 점포 안심 보험 제도와 심야 운영비 지원 등을 내세웠다.


업계는 한때 가맹점 갑질 논란에 섰던 만큼 체질 개선에도 힘써왔다. 과거에 비해 물량 밀어내기 등의 갑질은 개선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20년 가까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면 초콜릿 물량을 강제로 할당하거나 떠넘기는 상황이 많았지만 요즘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CU와 이마트24는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 공정거래협약 가맹분야 이행평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최우수 표창을 받았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상생안을 넘어 운영 개선책이 마련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사(가맹본부)와 점주는 독립된 사업자이며 대등한 관계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은 가맹본부의 지원 및 지시를 받고 있어 실질적으로 노동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점주가 독자적으로 운영할 수있는 자율권이 떨어지기 때문에 단체교섭권 등이 필요하다는 것.

현재 국회에 상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일정 비율 이상 회원을 확보한 가맹사업자단체만을 등록해 대표성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편의점 사업은 다른 사업자에 비해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가맹점 수가 5만개에 육박하는 편의점업종은 회원사들의 가입이 쉽지 않은데 전체 가맹점의 30%가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는 발상은 어이가 없다”고 꼬집었다.

소비자 인식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5개 프랜차이즈 편의점 업체(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미니스톱)의 2021년 종합 만족도(9월15~30일 조사)는 평균 3.54점(5점 척도)으로 나타났다. 이마트24를 제외한 4개 업체의 평균값은 3.52점에 그쳤다. 이는 4개 업체를 조사한 2016년 종합만족도(4월29일~5월11일) 3.64점보다 떨어진 수치다.